2015년 9월 9일 수요일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1번, 아르보 패르트 프라트레스,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소나타 2번

통영국제음악당 공연 프로그램북에 실릴 글입니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F장조 Op. 24 '봄'

'봄'이라는 표제는 베토벤이 스스로 붙인 것은 아니지만, 1악장의 싱그러운 주제선율과 참 잘 어울립니다. 이어지는 악장도 밝고 사랑스럽지요. 음악적 탁월함과 별개로 베토벤다운 파격이 형식으로 드러나지 않고, '어둠에서 광명으로' 같은 심각함도 없습니다. '프리랜서' 작곡가였던 베토벤에게 바이올린 소나타라는 장르는 중요한 수입원이었다는데, 베토벤은 그 때문에 대중성을 좀 더 고려했을까요? 1악장은 소나타 형식, 2악장은 세도막 형식, 3악장은 스케르초와 트리오 형식, 4악장은 A-B-A-C-A₁-B₁-A₂-종결구 꼴 론도-소나타 형식입니다.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1번 G장조 Op. 78

브람스는 사랑에 빠져 있습니다. 살살 녹는 첫 주제를 들으면 바로 알 수 있어요. 작곡가 자신은 이 작품을 두고 "비 오는 저녁의 달콤씁쓸한 분위기"라 했고, 가곡 ‘비의 노래’(Regenlied)에서 따온 선율을 3악장에서 쓰기도 했습니다. 1악장은 소나타 형식, 2악장은 세도막 형식, 3악장은 A-B-A-C-A-종결구' 꼴 론로 형식이지만, 베토벤 소나타 5번처럼 짜임새가 머리에 잘 들어오지는 않을 겁니다. 쇤베르크가 훗날 '발전적 변주'라 불렀던 브람스 음악 어법이 그만큼 변화무쌍하거든요. 그리고 엄청나게 치밀한 논리가 그 속에 숨어 있습니다. 악보를 분석하면 그 짜임새에 경외감이 들지만, 그냥 편하게 들어도 됩니다. 음악이 어찌나 자연스러운지요!

아르보 패르트: 프라트레스

프라트레스(Fratres)는 라틴어로 '수도사'라는 뜻입니다. 영어 'Brother'에 해당하는 말이지요. 아르보 패르트는 현대인의 감성을 파고드는 명상적인 음악을 특징으로 하는 인기 작곡가로, 이 곡을 들으면 수도사가 절박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고뇌하는 모습이 눈에 보일 듯합니다. 아르보 패르트는 현대 작곡가답지 않게 단순한 화음을 사용하고, 때로는 '침묵'을 음악에 적극적으로 사용합니다. 관점에 따라서는 패르트 음악 양식을 미니멀리즘의 일종으로 볼 수 도 있지만, 작곡가 자신은 "종소리 양식"(Tintinnabuli-Stil)이라는 말로 자신의 음악을 설명합니다.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소나타 2번 D장조 Op. 94a

이 곡은 본디 플루트 소나타였다가 바이올리니스트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의 도움을 받아 바이올린 소나타로 개작한 곡입니다. 원곡이 맑은 플루트 소리를 살린 곡이라면, 이 곡은 바이올린이 팽팽한 현을 긁어대는 긴장감을 기막히게 살린 걸작입니다. 1악장은 소나타 형식, 2악장은 스케르초와 트리오 형식, 3악장은 세도막 형식, 4악장은 A-B-A₁-C-A₂-B₁-A₃ 꼴 론도 형식으로, 20세기 작품이면서도 깔끔한 고전적 형식으로 쓰인 점이 특이합니다. 1악장에는 18세기 관습인 제시부 반복이 있고, 4악장은 프로코피예프 대표작 중 하나인 〈고전교향곡〉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베리아의 서늘한 공기와 러시아식 열정이 느껴지는 선율과 리듬, '프로코피예프스러운' 화성이 고전적 형식에 현대적 감성과 자유분방함을 입한 점이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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