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소칼의 '지적 사기'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면서 인문학적 사유 자체를 폐제(foreclosure)해버리는 반지성주의 경향이 없지 않지만, '지적 사기' 이전에 이 문제를 진지하게 제기했던 이들은 폴 그로스와 노먼 레빗이었다.
- 내막을 아는 이들의 사이에서 소칼은 그로스와 레빗의 문제의식을 '훔쳐서' 스캔들로 만들어버린 주범이기도 하다. "지적 사기"가 출판되자 안팎에서 소칼이 비난을 받았던 이유가 이 때문. 그래서 소칼은 "속임수를 넘어"라는 후속작을 냈지만 반응은 냉랭.
- 소칼은 "누구든 어디에서든 불충분한 증거에 기초한 어떤 것을 믿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19세기 영국 수학자 윌리엄 클리포드의 말을 인용하면서 책을 맺고 있는데, 이 말은 그가 왜 이런 '장난'을 쳤는지 그 의도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 그러나 클리포드의 명제는 인문학 뿐만 아니라 자연과학에도 적용되어야하는 것. 소칼은 먼저 자신의 분야에서 신뢰를 얻었어야한다는 로버트 매츄의 지적은 설득력 있는 것. 소칼도 이것을 의식했는지 후속작에서 수학자라는 본연의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 자신의 부고에 들어갈 문구를 이야기하면서 "우파든 좌파든 정치적으로 틀렸다"고 자신의 행위에 대해 말할 것이라는 소칼의 주장은 은연 중에 정치와 과학을 분리시키는 태도. 이렇게 되면 애초에 문제를 제기한 그로스와 레빗의 정치적 의도도 희석.
- 정규재 같은 우파가 소칼을 좌파 비판에 사용하게 되는 것은 '적의 적은 친구'라는 단순논리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소칼이 취하는 어정쩡한 태도 때문이기도 하다는 생각. 정치적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정작 논쟁의 장에서 후퇴해서 자신의 분야로 숨어버린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