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11일 수요일

그림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 대하여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웹매거진에 실린 글입니다: http://g-phil.kr/?p=727

훔퍼딩크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은 그림(Grimm) 형제가 쓴 원작 『헨젤과 그레텔』에서 끔찍한 대목을 대부분 없앤 이야기입니다. 어느 대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아보기에 앞서 원작 줄거리를 되새겨 볼까요?


헨젤과 그레텔은 가난한 나무꾼네 아들딸이에요. 그런데 큰 흉년이 들어 헨젤과 그레텔 가족은 굶주림에 시달려요. 견디다 못한 의붓어머니는 굶어 죽지 않으려면 아이들을 숲에다 버려야 한다고 나무꾼에게 말해요(초판에서는 친어머니였다가 나중에 바뀜). 나무꾼은 처음에 반대하다가 끝내 그 말에 따르기로 해요. 옆방에서 그 얘기를 모두 들어버린 헨젤은 밤에 몰래 나가서 하얀 조약돌을 챙겨 둬요.

다음날 나무꾼 가족은 숲 속 깊숙이 들어가요. 그곳에 버려진 헨젤과 그레텔은 달이 뜨기를 기다렸다가 달빛에 빛나는 조약돌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지요. 놀란 의붓어머니는 숲 속 더 깊은 곳으로 아이들을 데려가기로 해요. 헨젤은 이번에는 방이 잠겨 조약돌을 챙기지 못해요.

다음날 헨젤은 숲 속으로 가면서 조약돌 대신 빵 조각을 떨어트려요. 그러나 새들이 빵 조각을 다 먹어 버리고, 헨젤과 그레텔은 마침내 길을 잃고 말아요. 하루 동안 숲을 헤매던 헨젤과 그레텔은 희고 예쁜 새를 따라가다가 생강빵, 케이크, 사탕 등으로 만들어진 집을 발견해요. 헨젤과 그레텔은 집을 뜯어 먹었는데, 마침 집에서 할머니가 나타나 아이들을 꼬드겨 집으로 데려가요.

할머니는 사악한 마녀였어요. 마녀는 헨젤을 우리에 가두고 그레텔을 노예로 부려요. 마녀는 헨젤을 살찌워 잡아먹으려고 하지만, 마녀가 눈이 나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헨젤은 마녀가 손을 내밀어 보라고 할 때마다 우리에서 발견한 뼈를 내밀어 마녀를 속여요.

몇 주가 지나 참을 수 없게 된 마녀는 헨젤을 잡아먹기로 하고, 오븐을 준비하면서는 그레텔까지 한꺼번에 잡아먹으려고 마음먹어요. 마녀는 오븐에 불이 활활 타는지 보라고 그레텔에게 말하지만, 마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린 그레텔은 말뜻을 못 알아듣겠다고 거짓말을 해요. 마녀는 화가 나서 시범을 보이고, 그레텔은 그때를 노려 마녀 등을 떠밀어 오븐에 밀어 넣고 문을 닫아 잠가요. 마녀는 오븐 속에서 타죽어요.

그레텔은 헨젤을 우리에서 구해 내요. 두 사람은 마녀의 집에서 보석 등 값진 것들을 찾아내 주머니에 넣고는 마녀의 집에 불을 질러요. 백조 한 마리가 헨젤과 그레텔을 태우고 물을 건너 집까지 데려다 줘요. 집에 와 보니 아버지 혼자 있어요. 의붓어머니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었다고 하며, 아버지는 아이들을 버린 일을 후회해요. 세 사람은 마녀의 집에서 가져온 보물로 행복하게 잘 살았어요.


훔퍼딩크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

1막 전주곡이 끝나고 나오는 헨젤과 그레텔 가족은 가난하지만 굶어 죽을 만큼은 아닌 듯해요.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산딸기를 따오라며 산으로 보냈는데, 아버지가 돌아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그 산에는 아이들을 잡아먹는 마녀가 산다고 말해요. 두 사람은 아이들을 찾으러 가요. 그러니까 훔퍼딩크 오페라에서 헨젤과 그레텔은 부모에게 버림받지 않았어요. 부모는 두 사람 모두 친부모예요.

아이들이 조약돌로 길을 찾는 이야기, 그리고 빵조각을 떨어트렸더니 새가 먹어치워서 길을 잃는다는 얘기도 마찬가지로 나오지 않아요. (이것은 본디 발트 지방 설화로 샤를 페로가 쓴 동화 등에서 다양하게 전해 내려와요.)

2막 전주곡에는 "마녀의 비행"(Hexenritt)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어요. 마녀가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모습을 일컫는 듯한데, 그림 동화 원작에는 이런 대목이 없어요.

숲에서 밤을 맞은 헨젤과 그레텔이 두려움에 떨 때 모래 요정이 나타나 아이들을 다독이고 잠가루를 뿌려요. 헨젤과 그레텔은 저녁 기도를 올리고 잠에 빠져들어요. 천사들이 나타나 잠자는 헨젤과 그레텔을 지켜 주며 선물을 놓고 가요. 아침이 되면 이슬 요정이 나타나 아이들을 깨워요.

아침에 깨어나 보니 생강빵으로 만든 집이 눈앞에 있어요. 집 울타리는 생강빵으로 만든 어린이들이에요. 그 집에 살던 마녀는 마법 작대기로 주문을 외워 헨젤을 꼼짝 못하게 만들고 그레텔을 하녀로 부려요. 그레텔은 나중에 이 작대기를 훔치고 마녀 몰래 주문을 외워 헨젤을 풀어 줘요. 마녀를 오븐에 밀어 넣는 일에는 원작과 달리 헨젤과 그레텔이 힘을 합쳐요.

오븐은 큰 소리로 터져요. 이어서 생강빵이 되었던 아이들이 하나씩 사람으로 돌아와요. 헨젤과 그레텔이 아이들을 깨우고 마녀가 쓰던 지팡이로 주문을 외워 움직일 수 있게 해줘요. 멀리서 헨젤과 그레텔을 찾아온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타나 다 함께 기뻐해요.

이처럼 훔퍼딩크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은 원작 동화와 다른 대목이 제법 있어서, 어린이가 감상하기에도 큰 무리는 없어요.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어린이용 공연을 따로 열 예정이니 기대하세요!

― 티켓 예매 ―

인터파크
http://ticket.interpark.com/Ticket/Goods/GoodsInfo.asp?GoodsCode=11018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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