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15일 월요일

오디오쟁이에게 뽐뿌질하는 현대음악 - 들어가며

현대인은 현대음악을 들어야 한다. 그러나 들어보니 어떻던가? 뭐가 뭔지 모르겠고 들을수록 정신이 혼미해지는가? 음악 양식이 낯설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오디오 탓일 수도 있다. 내가 굳이 '오디오쟁이'를 위한 현대음악 소개 글을 쓰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문제 하나. 음악의 3요소는? 답은 선율, 리듬, 화성. 그러나 이건 옛말이고 현대음악에는 3요소로는 안 된다. 그러면 음악의 4요소는? 음색, 선율, 리듬, 화성. 그렇다. 현대음악에는 음색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현대음악이 아니라도 음색은 중요하지만, 현대음악에서는 오로지 음색만이 중요할 때도 있을 만큼 음색을 빼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여기에서 비극이 생겨난다. 당신의 오디오가 재생하는 그 음색이 작곡가가 원했던 그 음색이 맞을까? 과연 원래 음색에 몇 퍼센트나 가까이 갔을까? 내 경험으로는 가전제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보급형 오디오로는 원음의 10퍼센트도 재생하지 못할 수도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연주회장에서 실연을 듣는 것이다. 찾아보면 좋은 현대음악 연주회가 드물지 않으니 가서 들어보라.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모자란다. 작품이 익숙지 않은데 연주회장에서 한 번 들어서 뭘 아나? 만약 당신이 한 번 듣고 반했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현대음악 유전자를 타고났으니 이런 글 읽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현대음악 애호가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현대음악 체질이 아니라도 현대음악을 즐길 수 있다. 좋은 오디오를 갖추면 된다. 다만, 나는 여기서 오디오 강의를 할 생각은 없으며 그만한 지식과 경험을 쌓지도 못했다. 그러니 다른 좋은 책이나 오디오 동호회 활동 등으로 먼저 '오디오쟁이'가 되시라. 나는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오디오 기초 지식은 있으리라 생각하고 용어 설명을 따로 하지는 않겠다.

이미 좋은 오디오로 음악을 듣는 사람은 이 글을 읽고 차근차근 배우며 따라가면 된다. 알고 보면 현대음악이야말로 오디오쟁이가 좋아하는 신기한 소리로 넘쳐나니 겁먹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듣는다면 당신은 어느새 현대음악 애호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조심할 게 있다. 오디오는 실연과 가는 길이 다르다고들 한다. 내 생각에는 실연과 가는 길이 다른 오디오가 있고 그렇지 않은 오디오가 있다. 이를테면 ATC 스피커는 매우 훌륭한 스피커이지만 원음을 충실하게 재생하는 대신 실제보다 어두운 소리를 낸다. 바로 그 맛에 ATC를 쓴다고들 하지만 현대음악을 듣기에는 곤란하다. 이런 분들께는 스피커를 바꾸거나 서브시스템을 하나 더 장만하시기를 권한다.

나는 '오디오 고수'가 아니며 내가 지금 쓰는 오디오는 학생 용돈으로는 값이 만만치 않지만 고급 오디오와는 거리가 멀다. 현대음악이 체질에 맞는 사람은 이보다 못한 오디오로도 넉넉할 테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좀 더 좋은 오디오로 들어야 현대음악이 듣기 좋을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내 오디오는 이렇다.

스피커 : 모니터오디오 S2, 미션 스피커 스탠드
소스기 : 에이프릴 뮤직 DA100 Signature + PC
프리앰프 : 에이프릴 뮤직 HP100
파워앰프 : 에이프릴 뮤직 S100
파워케이블 : 파워-이니그마SE, 프리/DAC-이니그마 리미티드
기타 : 크리스탈오디오 DF-5 (PC에 사용)
인터커넥터 : 카나레 RCAP-GS6
스피커케이블 : 카나레 4S8G
점퍼케이블 : 솔리톤

오디오에 돈을 아끼지 않는 환자급 오디오쟁이에게는 아발론 스피커와 에어(Ayre) 앰프를 추천한다. 현대음악을 들으려면 이것으로 끝이라는 말도 있던데 내가 직접 들어본 적이 없어서 책임은 못 진다.

정보공유라이선스

김원철. 2008. 이 글은 '정보공유라이선스:영리·개작불허'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글타래:

☞ 오디오쟁이에게 뽐뿌질하는 현대음악 - 베베른 Op.10
☞ 오디오쟁이에게 뽐뿌질하는 현대음악 - 리게티 <아트모스페르>


글 찾기

글 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