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29일 금요일

비올라, 서양음악의 미운 오리 새끼

『한산신문』에 연재중인 칼럼입니다.


이른바 '캠릿브지' 현상이라는 게 있지요. 인지과학자들은 단어 우월 효과(word superiority effect)라 부르는 것인데, 인터넷으로 워낙 널리 알려졌지만 혹시 모르시는 분을 위해 소개합니다.

캠릿브지 대학의 연결구과에 따르면, 한 단어 안에서 글자가 어떤 순서로 배되열어 있는가 하것는은 중하요지 않고, 첫째번와 마지막 글자가 올바른 위치에 있것는이 중하요다고 한다. 나머지 글들자은 완전히 엉진창망의 순서로 되어 있지을라도 […]

바이올리니스트가 비올라를 배우게 되면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바이올린이나 비올라나 연주법이 거기서 거기라 할 수 있지만, 문제는 바이올린과 달리 비올라는 악보에서 가온음자리표를 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온음자리표에 익숙지 않은 바이올리니스트가 곧잘 높은음자리표로 착각하고 연주해버리곤 한다지요.

그러면 선율 중간 중간에 임시표를 붙여야 그럴싸하게 조바꿈 된 소리가 나겠지요? 그런데 마치 '캠릿브지'를 '캠브리지'로 알아서 고쳐 읽고는 그것을 쉽게 깨닫지 못하는 것처럼, 바이올리니스트는 자기도 모르게 조옮김 된 선율을 연주하고 나서 뒤늦게야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버리는 것이지요! "앗, 이게 아니었네! 하하하!"

서양음악은 소프라노-알토-테너-베이스로 된 4성부를 기본으로 합니다. 현악사중주에서는 제1 바이올린이 소프라노 성부를 맡아 선율을 이끌고, 첼로는 화음의 뿌리가 되는 베이스 성부를 맡아 전체 음악을 든든하게 받쳐 주지요.

알토 성부를 맡은 제2 바이올린과 테너 성부를 맡은 비올라는 화음을 완성하는 중요한, 그러나 눈에 잘 띄지 않는 역할을 맡습니다. 훌륭한 작곡가일수록 모든 성부가 듣기 좋게끔 작곡하지만, 실력이 떨어지는 작곡가일수록 테너 성부와 알토 성부를 화음을 채워 넣을 뿐인 심심한 선율로 만들곤 합니다.

이런 까닭에 배우는 사람에게나 듣는 사람에게나 비올라는 인기가 없는 악기이지요. 이와 관련해 참 고약한 우스갯소리가 많지만, 이 글에서는 현실을 꼬집는 것을 하나 소개할게요.

현악사중주란? 바이올린을 잘하는 사람, 바이올린을 못하는 사람, 바이올린을 옛날에 했던 사람, 바이올린을 싫어하는 사람이 모여서 저마다 작곡가에 대한 불만을 소리로 표현하는 일.

그런데 20세기 들어서 상황이 좀 달라집니다. 바이올린과 견주면 거칠고 투박하게 들리는 비올라 소리가 독특한 개성이 있는 소리로 주목받기 시작했거든요. 버르토크, 힌데미트, 리게티, 쇼스타코비치, 펜데레츠키, 본 윌리엄스, 슈니트케, 구바이둘리나, 펠트만 등 20세기를 대표할 만하거나 아직도 살아있는 대작곡가들이 비올라를 위한 명곡들을 남겼습니다.

유리 바시메트 · 킴 카슈카시안 등 독주자로 활동하며 거장으로 인정받는 연주자도 나왔지요. 핀커스 주커만처럼 바이올리니스트이면서 비올리스트로도 활동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5월 28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공연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줄리아노 카르미뇰라 또한 때때로 비올라를 연주합니다. 차세대 스타 바이올리니스트 이유라 씨도 최근에는 비올리스트 활동을 겸하고 있지요.

5월 21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는 요즘 떠오르는 비올리스트 닐스 묑케마이어(Nils Mönkemeyer), 그리고 설명이 필요 없는 스타 피아니스트 윤홍천이 함께 하는 공연이 열립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브람스 비올라 소나타 1번과 2번, 브람스 발라드, 바흐 모음곡 1번 G장조, 아르보 패르트 〈거울 속의 거울〉 등이 연주됩니다.

브람스 비올라 소나타는 본디 클라리넷 소나타였던 것을 비올라로도 연주할 수 있게끔 작곡가가 고친 것이고, 브람스 발라드는 많이들 아시는 피아노곡으로 피아니스트 윤홍천을 좋아하시는 분들을 위해 프로그램에 포함되었습니다.

〈거울 속의 거울〉은 대중적 음악 어법으로 현대인의 감성을 파고드는 작곡가 아르보 패트트의 대표작이지요. 이 곡을 모르시는 분도 처음 듣는 순간 사랑에 빠질 만한 멋진 곡입니다. 그리고 바흐 모음곡 1번 G장조는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저 유명한 바로 그 곡입니다. 비올라로 이 곡을 연주하면 어떨지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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