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홈팟 하나만으로 음악 듣기에 가장 좋은 것은 사실 성악 독창인 듯합니다. 사람 목소리가 스피커 두 대에서 날 때 생기는 음향적 아티팩트(artifact) 때문에 성악 전공자들은 일부러 음악을 스테레오가 아닌 모노로 듣는다고도 하던데요, 애초에 스피커 한 대에서 소리가 나니까 그런 게 거의 없어지네요. 기존 스테레오 오디오로 들으면 피아노 반주 소리가 더 입체적이고 풍성하게 들리는 반면, 홈팟으로 들으면 가수의 발성과 딕션이 더 명확하게 인지됩니다. 이거 신기한 경험이로군요.
애플 홈팟 첫인상:
- 일단 하나만 사서 소리 어떤지 들어볼까 했는데, 한 시간쯤 음악 들어 보고는 바로 중고장터에 가서 하나 더 지름
- 하나만으로는 원래 쓰던 오디오와 직접 비교하기 어렵지만, 지금 들리는 소리만 봐서는 하나 더 사서 스테레오 페어링시켰을 때 과연 기존 오디오보다 못하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
- 극저음 재생 능력은 기존 오디오(북셸프 스피커)를 능가하는 듯. 저음이 너무 크게 나와서 중고로 팔았다는 사람이 있던데, 소리의 밸런스는 큰 문제 없고 단지 극저음을 제대로 재생하는 오디오를 들어본 일이 없는 사람이라 그랬던 듯.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라면 스피커 스탠드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겠고, 까딱 잘못하면 아래층 사람이 험악한 표정으로 찾아오는 수가 있겠음
- 그러나 방음 대책이 잘 된 공간에서 대편성 관현악곡을 무지막지한 볼륨으로 듣는 사람은 음량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음. 말러 교향곡 8번 리카르도 샤이 판을 틀었는데 음량을 최대로 해도 좀… 하나 더 사서 스테레오 만들면 알맞은(?) 음량이 나올지 어떨지 과연?
- 바닥에 대충 놔도 소리 괜찮게 남. 접지는 애초에 불가, 극성은 IEC 표준을 가정하고 그냥 꽂음. 케이블질 사실상 불가. 에이징이 의미 있을 것인지 의문. 싸고 좋은 오디오 사서 최적 세팅하느라 관련 지식 열공했던 지난날이 허무합니다…
- 처음에는 에어플레이 재생만 되고 자체 음악 재생이 안 되는 듯해서 뭐 이런가 했는데, 애플 홈 앱으로 홈팟 설정 들어가서 애플 계정 로그아웃했다가 다시 로그인하니 자체 재생 잘됨
아마존 에코와 애플 홈팟
집에 초음파 세척기가 있습니다. 이게 편하기는 한데, 너무 너무 시끄러워서 가까이 가질 못하겠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온/오프 스위치만 있는 단순한 제품이라, 인터넷으로 끄고 켤 수 있는 전원코드에 연결해서 가까이 갈 일 없이 아이폰으로 조작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앉으면 눕고 싶다고, 아이폰을 만지기 전에 물 묻은 손을 닦는 게 귀찮…;;
그래서 샀습니다. 아마존 에코, aka '알렉사'가 마침 중고장터에서 싸더라고요.
…이거슨 신세계!!
아이폰으로 쓸 수 있는 '시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어찌나 신통방통한지!!
아이폰으로 쓸 수 있는 '시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어찌나 신통방통한지!!
그런데 다시 말하지만 사람이 앉으면 눕고 싶다고, 이번에는 이걸로 애플뮤직을 듣고 싶었습니다. 폰이나 컴으로 손품(?)을 조금만 팔면 음질 좋은 오디오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데, 그게 귀찮아서 아마존 에코의 조악한 소리로 음악을 듣게 되더라고요. 아마존 뮤직 유료 계정이 없어서 편의성이 확 떨어지는데도 그렇던데요. 그 음질로 클래식 음악은 못 듣겠고, 현대음악은 더더욱 못 듣겠고, 록이나 재즈 정도라면 딱히 그쪽 마니아는 아닌지라 얼렁뚱땅 소리만 나도 들을 만했습니다.
그러다가 조금 전부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플 홈팟은 음질 좋다던데, 이참에 서브 오디오로 하나 사면 어떨까? 두 개 사야 스테레오가 된다지만 일단 하나만 사서 어떤지 볼까 싶어서 중고장터에 갔다가 나님은 이미 질렀…;;
제가 예전에 홈팟에 관해 이런 글을 썼는데요:
이때까지만 해도 간과했던 것이 바로 귀차니즘의 강력함입니다. 직접 경험해 보기 전에는 정말 몰랐어요. 그리고 이제는 장담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십여 년이 지나면 전통적인 개념의 '오디오'를 쓰는 사람은 요즘 세상에 빈티지 오디오 쓰는 사람처럼 보일 겁니다.
제 블로그의 '바그너 길라잡이' 메뉴에 있는 링크 대부분이 날아가고 없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누가 알려 줘서 알고는 부랴부랴 고쳤습니다. 이 블로그가 예전에는 '텍스트큐브' 블로그였는데, 구글이 텍스트큐브를 인수하고 한동안 텍스트큐브 링크를 포워딩해 주다가 없애 버렸거든요. 그래서 꼭 필요한 링크만 새 링크로 수정하고 나머지는 포기했었는데, '바그너 길라잡이' 페이지가 문제일 줄은 몰랐습니다. 아직 복구가 안 된 링크가 조금 있지만 일단 여기까지만 하는 걸로. ㅡ,.ㅡa
아마존 자회사인 스타트업에서 개발한 스마트안경이 드디어 발매됐다네요. 오페라 자막 머신으로 활용할 수 있을 듯한데, 문제는… 홈페이지에 가보니 오프라인 매장에서 얼굴형을 측정한 다음에 주문해야 한다네요. 현재 매장은 뉴욕과 토론토 두 군데에만 있고, 추후 확장 후보지도 북미뿐이네요. 아놔 OTL
제가 자막 머신으로 쓰는 엡손 스마트안경 참고. 저거랑 비교하니 얼마나 구려 보이는지 엉엉엉:
라인의 황금 공연을 유정우 선생이 대차게 까버리신 걸 보고, 어떤 분이 버럭 버럭 하면서 반론. 공연을 대하는 태도가 정반대인 두 사람이고, 저는 둘 다 일리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하면서 유럽 기준 들이미는 것도, 그리고 현실이 그게 아니니까 지금은 부족함이 많아도 한 계단씩 올라가려고 노력해야지 하는 것도요.
그리고 한국 바그너 협회에 관해. 저는 여기 회원이었던 적이 없어서 '카더라' 하는 수준으로 아는 정도입니다만, 일단 한국 바그너 협회는 국제 바그너 협회의 '지부' 같은 성격이 아닐 걸요. 독일이나 한국이나 바그너 협회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티켓 때문에 생긴 단체이고, 그래서인지 제가 보기에 한국 바그너 협회에서 바그너 저변 확대를 위해 딱히 노력을 하지 않는 듯합니다. 이번 공연 기획하신 분의 노력은 그런 점에서 존경할 만합니다. 다만, 이분은 의욕이 너무 넘치시는 분이라 그게 단점 ㅎㅎㅎ
메디치TV에서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프리미엄 1년 구독료 60% 할인 행사하네요. 원래 189달러인데 75.6달러로. 메디치TV는 클래식 음악 전문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입니다. 한 마디로 '클래식 음악의 넷플릭스.'
…아오 이걸 질러 말어?
…아오 이걸 질러 말어?
2019 통영국제음악제 라인업이 나왔습니다. 일부 미확정인 공연은 조기예매에서 빠졌지만, 큰 공연들은 다 나왔다고 할 수 있어요. 12월 1일 조기예매 전공연 30% 할인.
개막공연은 미하엘 잔덜링이 지휘하는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 2016년에 루체른 페스티벌에 갔다가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 대표님을 만났었는데, 놀러 간 거였지만 만난 김에 통영 초청 가능성을 열어 놓고 얘기를 해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 뒤로 양측 대표님이 꾸준히 대화한 결과 드디어 공연 성사. 개막 다음날에는 윤이상 ‹화염 속의 천사›와 ‹에필로그› 등을 연주합니다.
2019 통영국제음악제 레지던스 작곡가로는 윤이상 선생의 수제자였으며 국제 음악계에서 청출어람 커리어를 쌓으신 도시오 호소카와. 이번에 오페라 ‹바다에서 온 여인›(후타리 시즈카)과 기타 작품들이 공연됩니다.
또 다른 레지던스 작곡가는 오스트레일리아 작곡가 야쿱 얀콥스키(Jakub Jankowski). 로켄하우스 실내악 페스티벌에 계시는 스위스인 지인이 '이거 들어 봐라 이거 멋짐' 이러면서 음악 파일을 보내 줬는데, 들어 보니 진짜로 완전 멋졌던 기억. ‹Aspects of Return›이라는 곡으로, 이번에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첼로 수석이신 임희영 선생이 연주할 예정. 통영국제음악제 위촉작을 아르디티 콰르텟이 세계초연하는 공연도 있어요.
폐막 공연은 바그너 ‹발퀴레› 1막입니다. 통영페스티벌오케스라, 알렉산더 리브라이히 지휘, 그리고 바이로이트 등 세계 무대에서 인정 받은 한국인 가수 3인방인 테너 김석철(지크문트), 소프라노 서선영(지클린데), 베이스 전승현(훈딩).
그밖에 피아니스트 베조드 압두라이모프, 바이올리니스트 베로니카 에베를레, 베를린필 클라리넷 수석 벤젤 푹스, '엘 시스테마 키드'이자 베를린필 최연소 단원 기록을 깨트린 베이시스트 에딕손 루이스,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플루트 수석 김유빈, 설명이 필요 없는 거장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그리고 소프라노 서예리와 바리톤 로만 트레켈 등등이 출연합니다.
로시니: ‹눈물›, ‹음악의 저녁› 중 3곡, 마르티누 ‹로시니 변주곡›, 카스텔누오보-테데스코 ‹피가로›
예테보리 심포니 오케스트라 / 콘서트홀이 '포인트 뮤직 페스티벌'이라는 걸 내년 5월에 새로 시작한다네요. 그런데 '포인트 뮤직 페스티벌'로 구글 검색하니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게 나옴; 여기는 스웨덴.
https://www.gso.se/en/point-music-festival/program/
https://www.gso.se/en/point-music-festival/program/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로망스 F장조, 첼로 소나타 F장조 Op. 6, 렌트슈 나메의 불만의 책 중 3개의 가곡
아웃사이드 인-
* 한국 첫 바그너 음악극은 1974년 국립오페라단의 '방황하는 화란인'입니다. 바그너는커녕 독일음악극에 아예 일자무식이었던 한국이 빈에서 공부하고 막 돌아온 고 홍연택 지휘자에게 의지하며 올린 프로덕션이었습니다. 이때 오디션을 통해 주역으로 캐스팅 된 김준일이란 분은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로 정식 음악교육을 받지 않았습니다.
* 21세기를 제외한 한국 바그너 부흥기는 사실 1970년대라 할 수 있습니다. '화란인' 이후 '로엔그린'(1976), '탄호이저'(1979)가 잇달아 제작되었으니까요. 1979년 '탄호이저'는 역사의 굴곡을 담은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제작을 위해 독일에서 연출가 한스 하르트레프와 안무가 프레드 마티니를 초청했는데 박정희 대통령 저격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곧 한반도에 전쟁이 터진다는 소문이 돌자 이들은 제작진들에게 일언반구 안남기고 짐싸들고 서둘러 귀국해버렸습니다. 당시 국립오페라단 단장이었던 오현명의 리더십이 간신히 공연을 성사시켰습니다.
* 이 시기 오페라계가 바그너를 꺼린 이유는 대중성이나 인적 자원의 부족보다는 제작비의 부담때문이었습니다. 그래도 이때는 국립오페라단이 레퍼토리의 다양성을 추구하며 본연의 임무를 다하던 시기였습니다. '탄호이저'를 끝으로 20세기 한국 오페라 무대에서 바그너는 종적을 감춥니다.
* 이번 프라이어 프로덕션에 호불호가 갈렸듯이 2005년 마린스키 버전 또한 호불호가 갈렸습니다. 흥미로운 건 둘다 '불호=유치하다'였다는 거죠. 바그너 음악극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 및 기대치를 제작진들이 잘못 계산하고 있는 걸까요? 프라이어가 '한국인의 정서로도 이해할 수 있는 관점을 심겠다'라고 말한 건 그동안 바그너 음악극이 서구중심으로 해석되어 왔기 때문일 겁니다. 실제로 과거 제가 유럽에서 본 프로덕션(바이로이트, 뮌헨 등등)들은 독일과 유럽의 근현대사 배경을 전제로 한 난해한 해석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지루했습니다;;;). 그에 비하면 이번 버전은 그래도 보편적 관점을 제시하는 데는 성공했다고 보입니다.
* 저는 워낙 바그너를 좋아하지 않아서 내키지 않는 기분으로 봤는데, 그럼에도 공연은 재미있었고 일단 수준이상이었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시각예술은 둘째치고, 성악가들이 마지막 4막까지 무너지지 않고 훌륭하게 무대를 버텨줬어요. 본문에는 쓰지 않았지만 관현악을 맡은 프라임 필도 이번 공연을 계기로 한 차원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리허설 열 번 하는 것보다 본공연 한 번 더 하는 게 오케스트라 실력향상에 도움이 된다 하는데, 닷새 내내 2시간 동안 쉼없이 무대에서 무려 바그너를 연주했으니 말이죠. 그만큼 바그너는 음악인들에게 극한 중에서도 극한의 극기훈련인 거죠.
Seungwoo Lee
도서출판 길에서 올해 여덟 번째로 펴내는 책은 "베토벤"(얀 카이에르스 지음, 홍은정 옮김)입니다.
저자 카이에르스는 2014년 타계한 세계적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Claudio Abbado)의 조수로 일한 바 있으며, 피에르 불레즈 등과도 협업을 한 지휘자이자 음악이론가(현재 벨기에 루뱅 대학 교수)이기도 합니다. 특히 베토벤 음악만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르 콩세르 올랭피크'를 2010년 창단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베토벤 평전은 그동안 우리에게 소개되어 읽혀왔던 기존의 베토벤 평전과는 상당히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저자 카이에르스는 '천재'나 '영웅' 그리고 불우한 환경을 극복해낸 인간 승리 등과 같은 베토벤 신화 만들기 요소들을 제거하면서 객관적 사료를 바탕으로 실제의 '베토벤'을 복원해내는 데 주안점을 두고, 담담하면서도 차분한 어조로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현재 이 책은 베토벤 연구자들이나 일반 독자들 사이에서 베토벤 평전의 '정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도서출판 길에서는 앞으로 음악 관련 책들도 엄선해서 펴낼 예정입니다. 특히 5년 넘게 르네 데카르트(Rene Descarte)의 첫 저작인 "음악 입문"을 번역(번역은 이미 완료된 상태)하고 있는 김상봉 교수(전남대 철학)는 해제에서 국내에서는 전혀 연구된 바 없는 '서양에서의 철학과 수학, 음악의 관계'를 방대한 분량으로 소개할 것입니다. 2019년 출간 예정으로 있습니다.
● 양장본 / 868쪽 / 4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