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0(+8)명 떼창을 감상한 소감. 성대가 떨릴 때 나오는 고주파음 850명분이 모이니 어마어마한 '노이즈'가 되어 콘서트홀을 휘돌더군요! 이것이 사람들에게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상당한 불쾌감을 줬을 겁니다. 이 고주파음은 모르기는 해도 1 Khz 또는 10 Khz까지도 될 수 있을 듯한데, 의식하지 않으면 잘 안 들릴 수 있는 소리이지만 바리톤이 큰 소리를 낼 때 이 고주파음이 위압적인 효과를 내기도 하지요. 또 전문용어로 '마스케라'(maschera)를 제대로 쓸수록 제 경험상 이 고주파음이 크게 들리는 듯하더군요. 롯데콘서트홀이 이 소리를 매우 충실하게 전달하는 바람에, 어제는 마치 성령 강림을 기원하는 사람들을 외계인 군단의 첨단 무기가 압살하는 듯한 느낌.
이 문제를 빼고 나면, 오히려 이 작품의 기술적 난점으로 꼽히는 곳이 사실은 그렇게까지 극악한 것은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테면 저 악명 높은 '하이 C'를 피아니시모로 길게 뽑아내기가 그렇습니다. 말하자면 진짜로 피아니시모로 부르라는 게 아니라 되도록 여린 소리를 내보라는 뜻일지 몰라요. 메조포르테 정도만 해도 1000명이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음량과 견주면 상대적으로 매우 여리게 들리니까요.
1부에서 "Accende lumen sensibus" 조금 앞서 나오는 테너의 "lumen, lumen!"도 비슷합니다. 이때 가사는 이미 "Accende lumen sensibus"로 바뀌어 있지만, 음악은 아직 "Infirma nostri corporis"의 연장선에 있지요. 이 상황에서 테너가 "빛! 빛!"을 절박하게 외치지만, 그 소리는 어둠 속에서 미약하게만 들립니다. 아니, 그래야 하는데, 대개는 테너 목소리가 너무 커요. 그러나 1000명 중 1명으로서 노래하니 딱 적당하다 싶은 음량이 되더군요!
또 한 가지. 850명이 내는 여린 소리 또한 고작(?) 2~300명이 내는 소리와는 분명 느낌이 달랐습니다. 특히 1부에서 제의적인 느낌이 훨씬 잘 살아나더라고요!
연주에 관한 자세한 말은 그냥 하지 않겠습니다. 현실적인 한계 속에서도 임헌정 선생님이 가능한 것들을 그러모아 최선을 만들어 낸 듯하다고만 할게요.
루체른에서 샤이 느님이 지휘하는 말러 8번에 떡실한한 얘기는 조만간 한산신문 칼럼에 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