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8일 금요일

노부스 콰르텟, 역사를 개척한 네 연주자

『한산신문』에 연재 중인 칼럼입니다.


"국내 클래식 음악계는 예술적으로 최고 경지를 추구하는 현악 4중주단이 낯선 나머지 이들의 '젊음'에만 초점을 맞추고 말았다. […] 그리고 이러한 시선은 현재진행형이다."

월간 『객석』 2015년 12월호에 실린 노부스 콰르텟 인터뷰 기사에 나오는 말입니다. 그동안 한국 출신 음악가들이 유럽과 미국에서 실력을 인정받아온 역사와 견주어 실내악 분야는 성과가 초라한 것이 사실이지요. 스타 연주자 개인의 역량에 힘입은 사례를 빼고 나면, 노부스 콰르텟이야말로 사실상 한국 최초로 국제적인 수준에 오른 실내악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노부스 콰르텟은 2014 통영국제음악제 레지던스 아티스트였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과 김영욱이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입상자 출신이기도 하지요. 통영국제음악제 때마다 겪는 일이지만, 저는 무대 밖에서 급한 불 끄느라 바빠서 노부스 콰르텟 연주를 제대로 감상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때 처음으로 얼핏 들은 이들의 연주에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월간 『객석』 기사처럼, 저도 무의식중에 이들을 그저 젊은 연주자들이라 여겼다가 엄청난 실력에 깜짝 놀랐던 것이지요.

사실은 2014 통영국제음악제 직전에 놀라운 소식이 있었습니다. 노부스 콰르텟이 국제적인 기획사 짐멘아우어(Impresariat Simmenauer)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고요.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국내 스타가 세계적인 팀에 스카우트된 것과 비슷한 일이었습니다. 한국인 연주자 개인이 대형 기획사와 계약하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실내악단으로는 유례가 없는 일이었지요.

하겐 콰르텟, 예루살렘 콰르텟, 아르테미스 콰르텟, 벨치아 콰르텟 등 유명 현악사중주단이 짐멘아우어 소속입니다. 그 덕분에 노부스 콰르텟은 하겐 콰르텟의 리더인 루카스 하겐의 멘토십을 받는 동시에 벨치아 콰르텟 멘토링 프로그램 수혜자로 선정되기도 했다네요. 루카스 하겐은 노부스 콰르텟을 이렇게 극찬했습니다. “놀라울 만큼 견고하고 균형 잡힌 연주를 한다. 네 음악가들 모두 동등한 수준으로 연주하며, 음악을 만드는 방법은 매혹적이다."

바이올린 김재영, 김영욱, 비올라 이승원, 첼로 문웅휘가 지난 2007년 결성한 노부스 콰르텟은 오사카 국제 실내악 콩쿠르, 리옹 국제 실내악 콩쿠르, 하이든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입상했고, 2012년 독일 ARD 국제 음악콩쿠르 2위, 2014년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 우승으로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순위입상한 모든 기록이 한국인 최초라고 하지요.

노부스 콰르텟은 지난 5월 프랑스의 '아파르테' 레이블로 첫 음반을 발매했습니다. 배급사는 많이들 아시는 '아르모니아 문디'이고요. 윤이상 현악사중주 1번, 베토벤 현악사중주 11번 '세리오소'와 베베른 '랑자머 자츠'(느린 악장), 그리고 아리랑이 들어있는 흥미로운 구성입니다. 윤이상 현악사중주 1번은 작곡가가 유럽에서 유학하기 전에 쓴 초기작으로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악보가 없었지만, 노부스 콰르텟 덕분에 유명 출판사가 악보를 공식 출판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9월 4일, 노부스 콰르텟이 통영국제음악당에서 공연합니다. 8월 말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하는 국내 투어 마지막 일정인데, 이번 공연에서는 특이하게도 쇼스타코비치 곡만을 집중적으로 연주합니다. 현악사중주 6번과 8번, 그리고 스타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협연하는 피아노오중주 g단조이지요. 스탈린 시대 러시아를 살았던 대작곡가의 고뇌가 진지하고 치열한 음악 언어로 승화한 걸작들입니다.

노부스 콰르텟의 오늘을 있게 한 국내 기획사 'MOC프로덕션'에서 보내온 보도자료에 지나가듯 슬쩍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조금도 과장이 아닌 멋진 말이라 생각해서 인용할까 합니다.

"우리나라 실내악의 역사는 노부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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