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우연히 알게 되어 바로 지름신 영접했습니다.
세그웨이보다 상대적으로 상식적인(??) 가격에,
한 손으로 들고 다닐 수 있으니 주차 문제로 고생할 일도 없고,
오르막길도 잘만 올라가고,
속도 조절이 부드러워서 넘어져도 크게 다치거나 하지 않겠다 싶었거든요.
국내 총판도 있으나 수입 원가보다 훨씬 비싸서, 처음에는 직접 수입하려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배송비가 만만치 않더라고요. 게다가 관세 내야죠. AS까지 생각하니, 그냥 국내에서 사는 게 속 편하겠다 싶었습니다. 총판인 '솔로휠 코리아'는 경기도 시흥에 있더군요. 화성에 있는 대리점이 좀 더 가까워서 그리로 갔습니다. 가보니 웬 공장이;;
인터넷 판매하는 곳이라 그렇다네요. 간 김에 시험용 제품을 조금 타봤습니다.
▶ 연습용 보조 바퀴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연습용 보조 바퀴 달고 1분도 안 되어 대충 감 잡았습니다.
10분쯤 지나서는 후진도 합니다. ^^y
(보조바퀴가 없으면 의미 없는 짓거리-_-)
자신감이 생겨서 보조바퀴 떼고 타봤습니다.
…이거 사람이 탈 수 있는 거 맞나요? OTL
타다가 넘어지기를, 그러니까 나는 안 넘어지고 바퀴만-_- 넘어지기를 수십 차례, 연습용 시제품이 고장 나더군요. ㅡ,.ㅡa
주인아저씨가 물어내라고는 안 하시는데, 일단 주문한 거 계산부터 하자고… ^^;
그래서 사왔습니다. 연습용 바퀴는 그냥 없이 배워 보기로 했고요.
(보조 바퀴는 기본 구성품이 아닙니다.)
박스에 끈이 있는데, 타는 법 배우는 데에는 거의 도움 안 되고,
바퀴 살살 넘어지게 붙잡는 게 진짜 용도입니다.
나름 달인-_-이 된 지금도 이 끈 안 떼고 있습니다. ^^;
▶ 나를 두 번 살린 안전 장구
집에 와서 타기 전에 일단 백화점에 가서 인라인 스케이트용 안전 장구부터 샀습니다.
헬멧, 무릎 보호대, 팔꿈치 보호대, 손목 보호대. 여기에 가죽 장갑까지.
그리고 반바지에 반팔 티셔츠, 크록스 슬리퍼.
첫날만 두 번 넘어졌습니다. 내리막길에서 뒤로 크게 한 번, 과속 방지턱 넘다가 앞으로 한 번.
당연한 이치이겠지만, 웬만큼 감을 잡고 나서 자만에 빠졌을 때 일어난 일입니다.
그 뒤로 다시는 넘어지지 않았지만,
그 두 번으로 하마터면 크게 다칠 뻔했습니다. 자잘한 상처는 기본. -_-;;
앞으로도 웬만하면 헬멧은 쓰고 타렵니다. 덜덜덜;;;
▶ 첫날, 죽도록 고생한 사연
솔로휠은 자전거와 달리 페달 밟을 필요가 없지요.
저 같은 게으름뱅이를 위한 위대한 탈것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_-;;
그런데, 타는 자세가 안정될 때까지는 의외로 운동량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같은 시간을 전력 질주한 것과 마찬가지로 격렬한 온몸운동입니다.
약 15분 연습. 평균 주행거리 약 1미터. 최대 체감 주행거리 약 5미터.
이후 탈진. 드러누워 약 15분 휴식. 일어나 앉아 약 10분 휴식.
제가 혈압이 좀 낮습니다. 머리가 핑~ 돌아요. OTL
다시 도전. 약 1분 연습. 약 30분 휴식.
하늘이 왜 자꾸 뱅글뱅글… 헬렐레… OTL
이를 악물고 다시 도전. 최대 체감 주행거리 약 50미터 성공!
아참, 저는 스키는 초보자 코스에서 조심조심 타는 수준이고,
스케이트는 엉금엉금 어쨌거나 타기는 하는 수준입니다.
솔로휠 타는 기본 원리는 스케이트랑 비슷하지만,
좌우 균형 때문에 스케이트 잘 타는 사람도 새로 배우기는 해야 할 겁니다.
어쨌거나, 첫날은 여기까지 하기로 했습니다.
…사, 삭신이… OTL
▶ 달인이 되기까지
둘째 날 오전, 되도록 넓은 곳에서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까운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갔습니다.
길이 참 울퉁불퉁하더라고요. 뭐, 바다에서 배우는 수영이 진짜라고 하지 않습니까. -_-;;
…시행착오 끝에 최대 체감 주행거리 약 200미터!
그런데 교사로 추정되는 웬 아저씨가 여기서 이러면 안 된다면서 나가라고… 아 네… -_-;;
가까운 아파트 지상 주차장. 과속방지턱 포함한 원형 코스에서, 왼쪽 회전으로 최대 체감 주행거리 약 10킬로미터 성공!
오른쪽 회전보다 왼쪽 회전이 쉽습니다. 오른손잡이라 그럴까요? 이 닦을 때에는 왼손으로 곧잘 닦는데. ㅡ,.ㅡa
오른쪽 회전으로 바꿔서, 시행착오 끝에 약 2킬로미터 주행 후, 전화 왔숑! 택배 왔당~
오늘은 여기까지. 둘째 날 운동량은 가볍게 뛰는 정도였지만, 오후에는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OTL
셋째 날. 최대 체감 주행거리를 따지는 일이 의미 없어짐. 다양한 지형에서, 차 피하고 사람 피하면서 곡예에 가까운 주행 가능해짐. 위험하다 싶으면 속도를 걷는 수준으로까지 빠르고 부드럽게 떨어트릴 수 있으므로 대략 안전.
자연스러운 회전을 위한 비결을 터득했습니다. 살짝 짝다리-_- 짚는 느낌이 핵심이더라고요. 안정된 자세를 위해서는 몸을 기울일 필요도 있는데, 짝다리 짚기와 몸 기울이기 두 가지를 상황에 따라 적절히 섞는 게 중요합니다.
타다 보니 배터리가 떨어져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집을 몇 미터 앞에 두고 배터리 다 떨어졌다면서 솔로휠이 부르르 떨고 난리네요. 무시하고 계속 탔더니, 발판이 점점 뒤로 기울어서 버틸 수 없을 지경까지 되더라고요. 아오…-_-^
셋째 날 운동량은 천천히 걷는 정도. 오후에는 어디인지도 모르겠는 곳을 헤매다 돌아왔습니다. 자전거용 '네비'가 필요하겠군요! 그래서 끈질기게 쓰던 블랙베리를 버리고 아이폰으로 갈아탈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넷째 날. 휴가 끝나서 출근했습니다. ㅡ,.ㅡa
다섯째 날. 오늘, 전에 예고한 대로, 퇴사했습니다. 솔로휠 타고 출근해서 사무실에 있던 짐을 가져왔습니다. 가방 메고 타려니 느낌이 또 다르더군요. 그리고 지하 주차장까지 급경사를 오르내리는 기술을 익혔습니다. ㅡ,.ㅡy 내일부터 저는 당분간 백수입니다. 내일 또 탈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