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5일 목요일

오케스트라에 관하여 ②

『경인일보』에 연재중인 글입니다.
원문: http://www.kyeongin.com/news/articleView.html?idxno=691753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는 어디일까요? 사실은 저도 잘 몰라서 조사를 해봤습니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가 1, 2위쯤 되지 않을까 짐작했더니 웬걸, 1548년으로 5위라네요.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는 덴마크 왕립 오케스트라로 1448년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잠깐만요, 르네상스 시대에 오케스트라?

지난 시간에 말씀드렸다시피, 오늘날 우리가 아는 '오케스트라'는 17~18세기에 걸쳐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 과정이 시민사회의 형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르네상스 시대에 있었다는 '오케스트라'는 편성이나 관습 따위가 오늘날과 전혀 다른 르네상스식 '궁정악단'이었습니다.

근대적인 오케스트라만을 따지자면,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야말로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라 해야 할지 모릅니다. 18세기 중반부터 부유한 직물 상인들이 유능한 연주가들을 초빙해 소규모 공연을 하다가 정규 관현악단을 창설한 것이 시초라 할 수 있고, 그 시기는 1743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합니다. '게반트하우스'라는 연주회장이 준공되고 초대 카펠마이스터(음악감독)가 임명된 때는 1781년이었고요.

이처럼 음악을 좋아하는 시민이 모여 만든 단체를 영어로 '필하모닉 소사이어티'(Philharmonic Society)라고도 합니다. (런던에 실제로 있는 단체 이름이기도 한데, 여기서는 일반명사로 쓸게요.) 우리말로는 '음악(애호가)협회'정도로 옮길 수 있겠네요. '필하모닉'이라는 말은 뿌리를 따지자면 '하모니'를 사랑하는(philo-), 정도를 뜻하는 형용사입니다. 나중에는 '필하모닉'을 그냥 오케스트라를 뜻하는 명사로도 쓰게 됐어요.

'필하모닉 소사이어티'가 만든 오케스트라가 바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입니다. 처음에는 그랬는데, 요즘에는 그냥 오케스트라 앞에 흔히 붙이는 말 정도로 바뀌어 버렸죠. 역사가 아주 오래된 오케스트라가 아니라면 '필하모닉 소사이어티'가 만든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없어요. '심포니 오케스트라'도 마찬가지로 그냥 붙이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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