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에 연재를 하게 됐습니다.
원문: http://www.kyeongin.com/news/articleView.html?idxno=664869
클래식 음악 공연장에 가면 대중음악과는 다른 예절과 관습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악장과 악장 사이에 손뼉을 치지 않는다는 것이 대표적이지요. 공연 시작에 앞서 안내 방송으로도 나오지만,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볼까요?
클래식 음악에 처음부터 오늘날과 같은 예절 규범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옛날 연주회장은 귀족 사교장에 가까워서, 술 마시면서 떠들다가 이따금 음악에도 귀 기울이는 식이었지요. 시민이 참여하는 공공음악회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은 대략 18세기 후반부터였고, 바그너 · 말러 등 19세기 후반 작곡가 겸 지휘자가 오늘날과 같은 관습을 굳혔습니다.
교향곡, 협주곡 등은 여러 악장이 합쳐서 작품 하나가 되지요. 그래서 그 사이에 손뼉을 치면 연속성이 깨지고 맙니다. 오페라는 좀 달라요. 멋진 아리아가 끝나면 박수가 나오는 것이 보통이고, 드물게는 그 아리아를 한 번 더 부르는 일도 있어요.
레퀴엠이나 수난곡 등 죽은 이를 기리는 음악을 연주할 때에는 연주자가 입장할 때에나 연주가 끝났을 때에나 손뼉을 함부로 치면 안 됩니다. 자칫 죽은 사람을 욕보이는 행동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전문 연주회장에서 감상용으로 연주할 때에도 그래야 할까요? 이건 논란거리인데, 제 생각에는 상황을 봐가면서 손뼉을 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이쯤 해서 쉽고 간단한 원칙 하나를 알려 드릴게요. 예의에 맞게 손뼉을 치려면 '모든 사람이' 손뼉을 칠 때 따라 치면 됩니다. 몇몇 사람만 손뼉을 치는 상황이라면 알맞은 때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때 주위를 둘러 보면 짜증이나 안타까움을 소리 없이 표현하는 사람들이 눈에 띌지도 몰라요.
다음 시간에는 박수에 관해 좀 더 생각해 볼 얘기를 해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