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1일 금요일

'정명훈빠'가 '정명훈까'를 응원하는 까닭

박승기님이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으셨나 보다. 읽어보시라:
http://blog.naver.com/bach20/150033832384

사람을 이렇게 속이다니 참나. 더군다나 신문에 연주회 리뷰를 쓰는 평론가를 이리 함부로 대하다니, 평론가를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그럴까. 하기야 우리나라 평론계가 형편이 워낙 어렵다 보니 우습게 볼만도 하지. 누구는 <객석>이 총대 메고 연주자들 좀 까야 공연계가 발전한다고도 하던데, 어쩌다 박승기님이 총대를 메시려나 보다.

누가 보면 내가 '정명훈까'인줄 알겠지만, 오히려 나는 '정빠'에 가까운 사람이다. 그러나 정명훈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어야겠고, 음악 외적인 부분과 정명훈 주변 인물이나 시스템에는 참 문제 많다. 박승기님이 겪으신 일도 이런 것들과 엮여 있다. 이제 박승기님이 작정하고 터트리실 모양이니 미리 마음으로 응원을 보낸다.

옛날부터 나를 '정빠'로 분류하던 사람들은 이 인간 왜 이러나 싶을지도 모르겠다. 굳이 이분법으로 나누자면 나 정빠 맞다. 정명훈을 무턱대고 칭찬하는 일도 곤란하지만, 근거 없이 또는 엉뚱한 근거로 정명훈 '음악'을 헐뜯는 사람이 적지 않아서 나는 불만을 품고 있다. 사람들이 정명훈을 깔 때 대부분 앙상블이 무너졌다고 탓한다. 그러나 못난 연주자들 데리고 연습 두 번 시켜서 무대에 올리는데 지휘자가 대표로 두드려 맞는 게 참말로 옳을까. 구자범이나 성시연처럼 외국에서 잘나가는 지휘자도 우리나라에만 오면 망가지는 게 지휘를 잘못해서 그럴까? 반대로 정명훈이 서울시향을 지휘할 때 라디오 프랑스 같은 데서 객원 잔뜩 데려다 박아넣으면 앙상블 좋기만 하더라.

연주 비평은 해석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고 앙상블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겠는데, 나는 웬만하면 해석만 보려고 하고 앙상블이 좀 무너져도 그냥 넘어갈 때가 잦다. 해석을 놓고 따지려면 그만큼 작품 분석을 꼼꼼히 해야 한다. 이걸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문제의식을 느끼는 나라도 하려는 거다. 그런데 해석과 앙상블을 따로 떼놓고 해석만 보면 정명훈을 깔 데가 좀처럼 없다. 해석이라는 게 정답이 없는 문제이기도 하거니와 정명훈이 보여주는 해석이 참 훌륭해서 내가 설득당하고 만다. 가끔 솔로 연주에 갸우뚱할 때가 있는데, 듣자 하니 정명훈이 이런 건 연주자 권한이라고 웬만하면 놔두는 모양이더라. 뭐 없는 시간 쪼개서 하나하나 가르치기도 곤란하겠지.

해석에 초점을 맞추자니 앙상블 얘기는 잘 안 하게 된다. 내가 글 쓰는 매체가 서울시향 월간지라서 앙상블 가지고 싫은 소리 하기도 조심스럽다. 물론 누구라도 수긍할 수밖에 없도록 논지를 잘 펴면 얼마든지 싫은 소리도 할 수 있다. 내 홈페이지에 있는 '무삭제판' 리뷰와 월간지 출간본을 비교해 보면 알겠지만 모진 소리를 좀 솎아낼 뿐 웬만하면 그대로 실어준다. 그러나 지면이 모자라다 보니 해석 얘기하고 이따금 연주회장 음향 욕도 좀 하고 그러다 보면 앙상블을 따지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다른 누군가가 서울시향 좀 까줬으면 싶기도 하다. 듣자 하니 고양 아람누리에서는 연주 대충 하더라는 말도 있고, 요즘 시향 단원들이 허파에 바람이 들어가서 그렇다고도 하던데... 뭐 이건 유럽 연주자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연주 대충 하는 거랑 똑같은 건가.


★★ 트랙백으로 이어진 글 : http://blog.naver.com/bach20/150033832384

글 찾기

글 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