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14일 수요일

왜 지크프리트인가? (니벨룽의 반지 플롯에 대해)

왜 지크프리트인가?   | 자유 광장            2007.03.13 12:54
퍼스나콘 김원철(wagnerian97) 카페스탭                 http://cafe.naver.com/wagnerian/475 이 게시물의 주소를 복사합니다
텍스트를 해석하는 방향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보 탄이 원하는 것은 예정된 신계의 멸망을 막는 것입니다. 최초의 예언대로라면 신계는 파졸트 등의 거인족의 공격을 받아 멸망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발할 성을 짓고 발퀴레를 시켜 전사를 발할로 모셔오는 등의 행동이 모두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지크문트는 반지 문제가 아니더라도 발할 성을 지키는 전사로 보탄에게 필요합니다. 발퀴레가 데려오는 전사들만으로는 아무래도 제대로 된 한 방이 부족했던 것이죠. 보탄의 창과 도너의 망치라는 궁극의 병기로도 필패라는 예언이 나왔으니까 말이죠. 신화의 예언이 항상 그렇듯이 예언을 아는 자가 그것을 막으려고 노력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유일한 방법은 제3의 힘이 그들을 구원하는 것이죠.

그런데 지크문트는 신의 의지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애초부터 자격 미달입니다. 보탄도 이것을 알았던 것 같습니다.

보탄
어느 신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어느 신의 계율에도 구속되지 않는 자,
그만이 그 일을 해낼 수 있으리니,
그 일은 신들에게 필요하지만
신들은 할 수 없는 그런 일이라오.

바로 지크프리트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단순히 지크문트의 아들로는 부족합니다. 지클린데와의 금지된 사랑을 통해 태어난 존재,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존재야말로 신들의 질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이죠.

프리카
(격하게 계속하면서)
그 역경은 당신이 그를 위해
일부러 만든 것,
칼에게도 같은 운명을 주었던 셈인데,
당신은 저를 속이시렵니까?

여 기서 모순이 생깁니다. 보탄이 기존 질서를 지키려면 지크문트 등을 죽여야 합니다. 내심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기를 바랐겠지만 프리카는 가차없죠. 브륀힐데의 희생이 필요한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그러나 보탄이 가장 사랑하는 브륀힐데를 희생시켜 얻은 결과는 공허합니다. 그래서 보탄은 신계의 멸망을 막을 계획을 사실상 포기하고 브륀힐데와 지크프리트에게 모든 것을 물려줄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보탄
너를 신부로 맞을 수 있는 자는
신인 나보다 더 자유로운 용사이리라!
(...)
별들이여, 밝게 빛나
그 행복한 남자를 비추어라.
그리고 이 불행한 신과는
그 눈을 감고 작별을 하자.

그 러나 마지막으로 남은 문제가 있지요. 지크프리트는 신의 의지에 반하는 존재이니 보탄은 지크프리트를 끝까지 막아야 합니다. 그러니 보탄의 선택은 스스로 지크프리트에게 거세되는 것이 될 수밖에 없죠. 이때 보탄의 태도는 마지막으로 보여주는 투정에 가깝습니다. 아버지가 사위에게 느끼는 질투도 있고요.

방랑자
용감한 후예, 네가 나를 알면,
넌 나를 욕하지 않을 걸.
이렇게 네게 친밀하게 대하는데
위협하다니 내 마음을 고통스럽게 만드는구나.
난 예로부터 너의 밝은 성질을 사랑했지만
내 성내는 분노는 그것에도 역시 공포를 낳는단다.
이렇듯 내가 사랑스러워 하는 참으로 고귀한 자야!
오늘은 내게 질투를 일깨우지 말아라.
그것이 너와 나를 무산시키리니!
(...)
가라! 나는 너를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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