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한 일에 열 내다 보니 이런 글을 쓰게 되었다. 다음에 또 열 낼까봐 저장해 놓자.
원문 링크는:
http://www.kpug.net/zboard/view.php?id=free2&page=1&sn1=&divpage=4&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8296
김원철 ( 2006-06-04 16:42:13 , Hit : 13 )
http://wagnerian.new21.org
아래 글에 대한 두인님의 답글에 부침
다음 글에 달린 두인님의 답글을 읽고 쓰다가 길어져서 새 글을 올립니다:
http://www.kpug.net/zboard/view.php?id=free2&page=1&sn1=&divpage=4&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8284
1.
저는 두인님 말씀을, "언어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고 '개인적으로'라는 표현은 "갈수록 책임을 강요하는 시대 상황이 자연스럽게 더 완곡한 표현을 찾아서 사용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므로 "단순히 사용 자체를 좋다 나쁘다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 "시대 상황"에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기만적인 근대화 과정은 자신의 의견을 함부로 말하는 행동이 곧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임을 가르쳐 왔고, 그 공포는 여전히 한국인의 의식과 무의식 속에 망령처럼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억눌려 왔던 세월을 털어버릴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제껏 스스로 생각에 금제를 가해 왔음을 깨닫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라는 표현의 오용과 남용이 불합리한 "시대 상황"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에까지 이를 수 있다면, 금제는 저절로 풀려갈 것입니다.
많은 보충 설명이 필요할 말을 짧게 써버렸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역시 링크 몇 개로 대신합니다.
http://210.118.170.151/ddanziilbo/worldcup/gisa/0624_refereeing1.html
http://www.nomad21.com/bbs/uboard.asp?id=nomad_gisa&u_no=260&u=2&code=
2.
'배꽃 여자 큰 배움터'로 대변되는 한글 근본주의자들, 분명히 있습니다. 이들을 본받아서도 안 될 일이지만, 언어가 "실 사용자들의 필요와 편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선택되는" 것이니 그냥 내버려둬야 한다는 생각도 옳지 않습니다. 언어가 실체적 생명력을 가졌다면, 생명은 병들기도 합니다. 병든 것도 제 팔자이니 그냥 죽도록 내버려둬야 할까요? 실제로 병들고 굶주린 수많은 언어가 지금도 사멸해 가고 있습니다. 한국어도 그렇게 되지 말란 법 없습니다.
저는 과학 기술 분야의 전문 용어를 일일이 한글 용어로 대체하려는 자들의 무지와 오만함을 개탄합니다. 그러나 전문용어가 보편화되어 전문가들만 사용하는 용어가 아니게 되었을 때에는 한글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무른모, 풀그림, 다람쥐 같은 말로 외래어를 대체하려는 노력이 비록 실패했을지언정 쓸데없는 짓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리 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이상의 소설 <날개>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이상은 "딕셔너리"라는 외국어를 썼고, 이것은 당시로서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한자어이기는 해도 '사전'이라는 번역어를 쓰고 있고, '딕셔너리'라는 말을 문장에 섞어 쓰는 것은 촌스럽기까지 합니다. 무른모, 풀그림, 다람쥐 같은 낱말은 어쩌면 '사전'처럼 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더 안타깝게 생각하는 낱말은 '갈무리'입니다. 널리 쓰였으면 좋았을 텐데, 요즘은 다들 '캡처(capture)'라고 하지요.
물론 그러한 노력을 관료들에게만 맡겨서도 안 됩니다. 경험상 우리나라 관료들이 별로 미덥지도 않거니와 실제로 하는 짓을 보면 한심한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최근 새로 개정된 우리말 의학 용어들은 그야말로 재앙입니다.) 한국어의 주인은 우리입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말글을 아끼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