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Name] : 김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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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Subject] : 기술의 발전(?)과 취향의 변화
내용[Text] :
'월척'을 건지셨다니 축하드립니다. ^^
저는 CD로만(가끔씩은 MP3도 --;) 음악을 듣습니다만
예전에는 아날로그의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느낀 바로는
확실히 디지털이 아날로그보다 못한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스테레오가 모노만 못한 점도 있지요.
요즘은 스테레오도 아니고 멀티채널 SACD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멀티채널로 들으나 2 채널로 들으나 확실히 SACD가 보통의 CD보다
음질이 더 좋은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레코딩이 문제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SACD랍시고 들었던 것은 텔락(맞남?)에서
오디오파일용으로 내놓았던 바이올린 연주였습니다.
음질이 어찌나 좋은지 한 마디로 바로 옆에서 누가 바이올린을
연주해주는 것을 들을 때보다도 더 선명하게 들렸습니다.
이 말은 레코딩 사기라는 말이죠. 이에 대해 어떤 음악평론가는
아주 공감 가는 말씀을 하셨죠. "모든 음들은 갈기갈기 찢겨서
자신의 소리들만 내고 어우러지는 소리는 결코 없으며 음의 근원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알 수조차 없다."
이런 기만적인 녹음이 아니더라도 SACD에 대한 일반적인
마스터링 방식은 여전히 저로 하여금 거부감을 느끼게 합니다.
얼마 전에 마이클 틸슨 토마스의 말러 1번, 3번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SACD들을 감상해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오디오적인 문제를 감안하더라도 그것은 지나치게 매끈하게 다듬어진
소리라고 느꼈습니다. 일반 CD와 다른 소리라는 것은 확연히 알 수
있었지만 적어도 그것이 더 낫다는 생각은 절대로 들지 않더군요.
매끈하다는 점에서는 샤이의 말러 녹음들과도 닮았지만, 결코
샤이와 같은 부드러움은 없고 차라리 래틀의 말러 5번 실황
(최초에 나왔던 일반 CD)이 주었던 거부감에 가까웠습니다.
오디오를 잘 아는 형과 이를 두고 얘기해보고 나서 이것이 엔지니어의
마스터링 취향의 문제라고 결론지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녹음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람들의 취향의 반영이기도 할 것인바,
저는 몹시 씁쓸하게 생각합니다.
시게티 wrote:
>말러리아 게시판에 말러 얘기는 안하고 자꾸 이상한 얘기해서 죄송합니다... (__)
>
>
>그러나...
>
>
>너무 자랑하고 싶어서 어쩔 수가 없네요...^^
>
>
>오늘 도서관에 갔다가 시내의 모 음반점에 들렸습니다.
>요즘은 재정상태가 불량해서 가급적 음반 구경도 안하려고 했는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가고 싶더라구요.
>
>이것저것 뒤지다가 먼저 미켈란젤리가 연주한 브람스 발라드가 눈에 띠었습니다. 오... 게다가 이건 코팅이 되어있는 쟈켓입니다. 80년대에 발매된 DG음반들 중 코팅 되어있는건 초기 생산분이거든요. 판이 완전히 새거였습니다. ^^
>
>계속 이것저것 뒤지다가...
>
>'어!!! 이건!!! 아타울포 아르헨타의 <에스파냐!> LXT잖아?? 그런데 쟈켓이 이상하네...'
>
>쟈켓이 SXL하고는 완전히 틀렸습니다. 연두색 바탕에 여자가 케스터네츠를 들고 플라멩코를 추는 그림이 마치 만화처럼 그려져 있네요.
>
>'오...원래 LXT쟈켓은 이런 거구나...'
>
>그러나 전 이 음반을 이미 Re-issue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음반이라 저 역시 가지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그냥 지나치려고 했는데, 그때 문득 로버트 문이 쓴 데카 디스코그라피의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
>
>"...스테레오 음반이 비평가들에게 환호를 받고 있는 터에 모노 음반을 스테레오 음반과 비교한다면, 이것은 뜻밖의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 눈부신 모노 음반에는 귀를 멍멍하게 하는 중역과 저역이 있으며, 스테레오 음반으로는 복사될 수 없는 명료하면서도 충격적인 음향이 있다. 모노 버전을 보았다면 결코 지나쳐서는 안될 것이다."
>
>
>그래서 음반을 자세히 보았습니다. 세상에... 그동안 수백장의 LXT를 봐왔지만 이 정도로 완벽한 민트급의 음반은 보지 못했습니다. 대충 45년 정도 된 음반인데, 어쩌면 이렇게 상태가 완벽할 수 있을까요? 신기해라...
>
>
>나 : 이거 얼만가요?
>
>아저씨 : 응, 그거 모노 초반이구나. XX원이야.
>
>나 : 음...(고민 중)... 미켈란젤리꺼 하고 이거 같이 사면 얼마죠?
>
>아저씨 : 그냥 XX원만 줘.
>
>나 : 제가 지금 XX원밖에 없는데, 그걸로 안될까요?
>
>아저씨 : 안돼. 그정도면 싸게 주는 건데 뭘...
>
>나 : 음... (한참 고민하다가) 그러면 잠깐 나갔다 올게요.
>
>
>(10분있다가)
>
>
>나 : (돈을 건네며) 여기 있습니다.
>
>아저씨 : 은행갔다 온거야?? @.@
>
>나 : 네...(참... 또다시 반복되는 재정파탄의 시작이군...--;;)
>
>아저씨 : 그런데 너 정말 오랫만에 왔다.
>
>나 : 네, 군대갔었거든요. 얼마 전에 제대했어요.
>
>아저씨 : 그으래??? 오...
>
>
>음반 사러 여기저기 다니지만, 제가 죽치고 있는 곳은 따로 있거든요. 오늘 간 곳은 그렇게 뻔질나게 드나드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
>집에 와서 쟈켓과 음반을 정성껏 닦았습니다. 정말 너무 신기했습니다. 쟈켓에 접혀진 부분이나 흠집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
>그러나 더더욱 충격적인 것은 음반을 턴테이블에 올릴때 시작되었죠. 스핀들에 음반이 들어가지 않는 것 아니겠습니까!!! 세상에!!! 이 음반은 제가 처음으로 들어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스핀들에 음반을 올려놓고 좌우로 약간씩 살살 흔들었습니다. 조금씩 들어가기 시작하더군요. 세상에... 40여년 동안 아무도 이 음반들 듣지 않았던 겁니다. 세칭 '처녀 음반'이었던 겁니다. 제가 첫 주인이었던 것이죠. LXT중에 이런 음반이 남아있었다는 게 너무 신기했습니다. 더군다나 제가 이 음반의 주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더더욱 신기했습니다.
>
>떨리는 가슴으로 플레이를 시작했습니다.
>정말 잡음하나 없는 깨끗하고 깔끔한 사운드가 펼쳐졌습니다.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스페인 기상곡이 울려퍼지는데, 아... ^^ 비록 Re-issue지만 평소 스테레오 음반을 가지고 있었던 저로서는 익히 그 사운드를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노 버전은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뭐니뭐니해도 모노 녹음 특유의 묵직함과 밀도감이 너무 감동적이더라구요. 스테레오와는 또 다른 맛이 있는 그런 녹음이었습니다. 로버트 문의 멘트가 결코 과장이 아니더군요.
>
>
>정말 50~60년대에는 인간의 영혼과 마음을 감동시키는 그런 연주와 녹음이 존재했었습니다. 요즘은 왜 이와 같이 감동적인 연주를 하지 못하는 것일까... 또 왜 이렇게 감동적인 녹음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음악을 들으면서 이 부분이 항상 궁금했었는데, 도무지 답을 찾을 수가 없네요. ^^
>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지만 전 레코딩에 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아무리 최첨단 기술을 동원한다고 하더라도 50~60년대 레코딩이 가지고 있는 그 높은 완성도를 따라올 수는 없을 것입니다. 물론 제가 초고가의 CD 트랜스포트와 컨버터를 쓰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죠. 그러나 그런거 가지고 계시는 분들도 말씀하시길 역시 아직은 역부족이랍니다.
>
>
>아무튼 오늘은 정말 좋은 음반을 입수하게 되어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이상하게 판구경하러 가고싶더니만, 운명이 저를 도운 것 같습니다.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