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칼라 극장은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올 12월 1일부터 새 음악감독이 된다고 발표했습니다. 계약기간은 2016년 12월 31일까지입니다. (☞원문 보기)
전임 음악감독은 리카르도 무티였는데, 무티가 2005년에 사임한 뒤로 음악감독 자리는 공석이었고 바렌보임이 수석객원 지휘자를 맡아서 '권력 없는' 음악감독 노릇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속사정을 알고 보면 이번 소식이 그리 반가운 것만은 아닙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극장 총감독(General Manager)인 스테판 리스너(Stéphane Lissner) 때문입니다. 연출가 출신인 이 사람은 연출을 살리려고 음악을 기꺼이 희생시키는 사람이며, 라스칼라 극장을 맡을 때부터 논란이 있었습니다(☞참고). 라스칼라 극장에서 그동안 음악감독을 새로 뽑지 못했던 까닭은 이 사람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니엘레 가티, 안토니오 파파노, 리카르도 샤이, 정명훈 등이 음악감독 후보로 거론되었고, ☞〈PetizioniOnline〉이라는 이탈리아 인터넷 청원 사이트, 그러니까 우리나라로 치면 다음 〈아고라〉와 비슷한 곳에서 누리꾼들이 다니엘레 가티를 라스칼라 음악감독으로 임명하라고 요구하며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지만(☞참고), 스테판 리스너가 물러나는 2015년까지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예측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대니얼 하딩 같은 '어린' 지휘자가 객원 지휘를 맡는 일이 잦았습니다.
둘째, 다니엘 바렌보임은 이미 너무 바쁜 사람입니다. 바렌보임은 베를린 슈타츠오퍼 음악감독이고, 얼마 전에 내한했던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피아노 연주자로도 활동하고, 제자를 가르치기도 합니다. 따라서 바렌보임이 라스칼라 음악감독이 된다고 해서 이미 하는 '권력 없는' 음악감독 노릇보다 실질적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습니다. 만약 바렌보임이 진심으로 라스칼라에서 뭔가를 하려 하더라도 몸이 버티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바렌보임 건강이 나빠졌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바렌보임이 음악감독이 되었다는 소식에 대해 한 누리꾼은 "라스칼라 역사상 최악의 뉴스"(The worst news in La Scala's history)라고 논평했습니다(☞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