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bridge Audio Azur 840A 인티앰프 사용기 | | | 오디오및 음반장터 |
2007.07.18 11:36 |
결국 수리를 하기는 해야겠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전에 한 번 다른 일로 수리를 맡긴 적이 있는데, 수리되어 돌아오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한여름에 직접 앰프를 들고 가서 수리를 맡기는 미친 짓을 했더랍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도 퀵서비스 같은 게 있었지 싶은데..-_-;;) 그리고 앰프가 올 때까지 불안장애와 불면증과 우울증과 식욕부진과 사회에 대한 불만 (...) 등에 시달렸습니다. 그 기억이 하도 끔찍해서 앰프를 수리할 엄두를 못 내던 중, 앰프의 상태가 정말 심각해지고 있음을 느끼고 드디어 결단을 내렸습니다. 이참에 새로 하나 사자! (무슨 결론이 이래? ㅡ,.ㅡa)
그래서 고클과 바그네리안 게시판에 앰프 추천해달라는 글을 올렸더니, 장원 형이 마침 팔려고 내놓은 앰프가 있으니 며칠 들어보고 살지 결정해라시기에 얼씨구나 하고 날름 받아왔습니다.
여기서부터 사용기. 일단 현재 시스템은 다음과 같습니다.
- Cambridge Audio Azur 840A Integrated Amp.
- Monitor Audio S2 Speaker
- Mission Speaker Stance
- April Music Stello 200SE CDP
- PC + Juli@ Audio Card
- 메이커가 가물가물한 광케이블과 동축 케이블, 이XX 자작 RCA 케이블, 묻지마 스피커 케이블
앰프 이름이 아헿헿합니다. "azure"라는 영어 단어에서 왔지 싶은데, 맑게 갠 하늘의 밝은 빛깔을 뜻합니다. 콩글리시 발음으로 읽으면 아주르... 아쭈르... 아쭈리... 아쭈구리... 풉.
바이앰핑(bi-amping)이 되는 앰프이고, 마침 스피커도 바이와이어링(bi-wiring)이 되고, 케이블도 바이와이어링에 대응하니 스피커의 기능을 100%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분께: 스피커의 고음부와 저음부 유닛을 독립적으로 연결했다는 뜻입니다. 앰프와 스피커 사이에 케이블을 총 여덟 가닥 연결하는 것이죠. 이렇게 하면 일반적으로 소리가 좋아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고수님들께 질문. 앰프 설명서를 보니 스피커 단자가 하나는 메인이고 하나는 서브던데, 둘이 차이가 있다는 얘길까요? 메인 단자를 우퍼 유닛 쪽에 연결했는데, 맞게 한 건가요?
마침 연주회를 앞두고 열심히 익히던 브루크너 교향곡 4번을 틀어봤습니다. 블롬슈테트-베를린 도이체 심포니의 방송 음원이었습니다. 오옷! 저음이 상당히 단단해졌습니다. 음 분리도도 좋아졌고... 그런데 분리되는 게 좀 이상한... 왜 이렇게 산만해? 공간감도 이상한... 어? 이거 좌우가 바뀐 거 아냐?
... 케이블 잘못 연결했습니다. OTL
제대로 고치고 나니 이제 듣기 좋은 소리가 납니다. 소리가 조금은 뻣뻣하게 들리는 건 여전히 불만이네요. 그것만 빼면 거의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된 소리입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저음이 풍부하고 단단해졌는데도 중음이 그에 영향받지 않고 오히려 음역별 밸런스가 더 잘 잡혔다는 겁니다. 이게 가능했단 말인가! 바이앰핑의 위력인가 아니면 앰프가 원래 똘똘해서 그런 건가. 아무튼 대단합니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 '송어' 4악장을 틀었습니다. 연주자는 하겐 사중주단. 콘트라베이스가 주선율을 담당하는 부분에서 베이스의 음계가 명확하게 들릴 뿐만 아니라 아티큘레이션도 생각보다 양호한 수준으로 지각됩니다. (예전에는 음계를 겨우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북셸프 스피커가 이런 수준으로까지 저음 재생을 할 수 있다니 놀랍습니다! 피아노 음색도 꽤 좋습니다.
말러 교향곡 8번 리카르도 샤이 연주 중에서 그레첸의 기도(Neige, neige) 부분부터 들었습니다. 헉, 셰릴 스튜더 목소리가 저렇게 농염하고 끈적끈적했다니! 어, 아니네요. 제인 이글렌이었습니다. 역시..;; 아바도 판이랑 헷갈렸습니다. 이 판 오랜만에 들으니 기억이 뒤죽박죽이 되어 있네요. 어쨌거나 성악 재생능력 양호합니다. 영광의 성모 노래하기 직전 첼레스타와 하프가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음향이 끝내줍니다. 사실 이거 들으려고 이판 튼 겁니다. 플루트의 반짝거리는 음색도 썩 좋습니다. 계속 이어지는 합창과 총주... 연주가 좋은 건지 오디오가 좋은 건지, 그보다 애초에 곡이 좋은 건지 구분이 안 되는 상태에서 헤롱헤롱 합니다.
오디오적인 쾌감이라면 빠지지 않을 바그너 로엔그린 3막 간주곡 기상나팔 부분을 들었습니다. 숄티-빈필 연주. 좌우에서 빠르게 치고 빠지는 트럼펫 소리가 짜릿짜릿하지만 너무 쏘지는 않고 자연스럽습니다. 트럼펫 소리 뒤로 현이 잘근잘근 하는 소리도 썩 잘 들립니다. Heil! Landgraf Hermann, Heil!
그 뒤로는 오디오에 별로 신경 안 쓰고 브람스와 바그너 등등을 듣고 있습니다. 앰프의 전체적인 인상은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볼륨을 상당히 높여도 중고역이 쏘지 않으면서 단단한 소리를 내주는 점이 신기합니다. 스피커의 특성이 이제야 제대로 나타나는가 봅니다. 불만이 있다면 현의 감칠맛이 좀 더 좋았으면 좋겠다던가 하는... 하긴, 거기까지 바라면 하이엔드로 가야겠죠. 또 앰프보다 스피커를 바꿔야겠고요. 와싸다 검색해보니 비슷한 불만을 하는 사람이 있네요. 별로 음악적이지 않은 소리라는 투로 썼던데, 흠... 차라리 현대음악 듣기에는 이런 직설적인 소리가 나을지도 모르죠. (평소에 현대음악 자주 듣는 편입니다.) 리게티의 실내협주곡을 들어볼까 베베른의 Op.10을 들어볼까 하다가 CD 찾기 귀찮아서 관둡니다. -_-;; 그래서 그냥 만족하고 이 앰프 계속 쓰기로 했습니다.
볼륨 컨트롤러가 디지털 방식이라 좋네요. 이제 볼륨 컨트롤러가 망가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으흐흐...;; 게다가 리모콘이 있으니 조작하기가 편하네요. 예전에는 그거 귀찮아서 참... ^^; 앰프 켜고 끌 때 볼륨이 자동으로 올라가고 내려가고 하는 것도 편합니다. 앰프 끌 때 볼륨을 0으로 낮추지 않고 그냥 꺼도 된다는 얘기죠.
앰프가 밸런스 케이블을 지원하던데, 마침 CDP도 그게 되니 밸런스 케이블 사다가 연결해 봤으면 좋겠네요. 와싸다 중고 장터 검색하니 기본이 10만원이더라는...OTL 자작 케이블 25000원짜리가 있었는데 한발 늦었네요.
붙임.
쓰 다 보니 상당한 뽐뿌가 되었으나 앰프를 제대로 업그레이드했다는 사실을 참작하고 읽으시기 바랍니다. 저는 음악을 미치도록 좋아하지만 오디오 내공은 일천합니다. 다른 기기를 거의 접해보지 않고 판단한 것이니 이 글을 읽고 묻지마 구입하는 우를 범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붙임 둘.
장원이 형. 얼마 드리면 되나요? 계좌번호를 알려주시면 입금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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