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짓 하면서 설렁설렁 들어보고 했던 짧은 생각들:
연주 자체가 그닥 잘된 것 같지는 않으나 곡이 워낙 좋으니 그냥저냥 좋게 들림. 군데군데 역시 불레즈다 싶은 참신한 해석이 돋보이지만 호소력을 갖도록 큰 흐름 속에 녹여내지는 못하고 어째 좀 헐렁하다 싶음.
전에는 들을 수 없던 오르간의 극저음에 전율함. 이 녹음이 특별한 것인가 아니면 얼마 전에 들여놓은 앰프의 위력인가. @.@;; 다른 음반 들어보려다가 귀찮아서 관둠.
accente 섹션 직전에 테너가 "lumen, lumen" 하는 부분은 원래 다른 성부에 가려서 잘 안 들리는 게 정상인데, 불레즈는 다른 성부 다 죽여놓고 테너가 포르테로 질러버린다. 황당~ 다크 포스가 지배하는 분위기에서 테너가 무슨 선지자처럼 "빛이여! 광명이여!" 하는 부분인데 여기서는 선지자가 아니라 걍 메시아다. 님하, 과장도 정도껏 쫌! -_-;; (전에 서울대 연주 때도 만만치 않았는데, 이 부분이 사실 끝내주게 멋진 부분이라 내가 때맞춰 테너 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그 쌤 나랑 눈 마주치고는 씩 웃으면서 크레셴도를... 아놔..-_-;)
영광의 성모 떠오는 장면에서 하모니움 소리가 또렷하게 들린다. @.@;; 게다가 현이 달콤하지 않고 서늘한데다 군데군데 글리산도꺼정..; 영광의 성모의 정체는 처녀 귀신? ㅋ
영광의 성모 노래하기 직전에 첼레스타 살리는 건 어떤 면에서는 샤이 판보다도 낫다. 역시 불레즈인가..@.@;; 성모 노래할 때 하모니움 소리 또렷하게 들림. 하모니움이야말로 성모가 가진 신성력(또는, 귀신력-_-)의 정수라는 것인가.
테너, 물건이다! @.@;; 컨트롤이 조금만 더 자연스러우면 전설급 가수로도 손색이 없다. 이름이 요한 보타구나. 기억해두자. 보타야 보타야 너 바그너 안 할래? 음... 찾아봤더니 트리스탄 바렌보임 판에서 멜롯이었구나. 거러췌, 좀 있으면 바이로이트에서도 제대로 뜨겠네!
다른 가수를은 그냥 그랬는데 막판에 소프라노들이 소토 보체를 꽤 그럴싸하게 한 건 좋았음.
생각나는 건 이 정도. 제대로 집중해서 들으면 재미난 데가 꽤 많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