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진 바람 서리 날려 물풀은 시들고
굳세고 억척스런 오랑캐 말 교만하여라
한(漢)나라 전사 삼십만
곽표요(霍嫖姚) 장군이 거느렸노라
별빛처럼 흐르는 흰 깃털 허리춤에 꽂고
가을 연꽃잎 같은 칼날빛 칼집 밖으로 번뜩이노라
천자(天子)의 병사들 눈빛 받으며 옥관(玉關) 나설 때
오랑캐의 화살, 금빛 갑옷 위로 모래처럼 쏟아져 내리노라
용이 구름 일으키듯, 범이 바람 일으키듯, 혈투를 다해갈 때
금성이 달 속으로 들어가니 적을 쳐부술 순간이 닥쳤노라
적을 쳐부술 때라, 깃발을 짓부수어라!
오랑캐의 창자를 짓밟고 오랑캐가 흘린 피의 강을 건너라!
오랑캐의 잘린 머리를 푸른 하늘 위에 내걸고
오랑캐의 주검을 피비린내 서린 변방에 파묻어라!
오랑캐 땅에 사람 자취 없으니, 한(漢)나라의 도가 창성하도다!
- 이백(李白, 701~762), "오랑캐 땅에 사람이 없다(胡無人)"
"이백은 이 시 말고도 이와 같은 맥락의 시를 여러 수 남겼기 때문에, 유독 이것만 이백의 작품이 아니라고 부정하긴 어렵다. (...) 이백의 이 시는 중국 지식인의 머릿속을 수천 년 동안 지배해온 중화중심주의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표본적인 사례다. 이백은 존재하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달나라 사람과 공감을 나눌 줄은 알았어도, 어깨를 맞대고 살아왔던 오랑캐와는 공감을 나누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이것이 중심주의의 무서운 해악이다. 머릿속이 중심주의에 지배당하고 있는 이들은 다른 사람의 얼굴을 사람의 얼굴로 볼 줄 모른다."
- 이상수, [이상수의 풍경과 고전 ②] 자기 내부의 중심주의를 돌아보라.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704335&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9&NEW_GB=
우워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