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16일 일요일

정명훈-서울시향 말러 1번 연주회 (2005. 10. 2)

<니벨룽의 반지> 한국 초연 때문에 미쳐 있느라 서울시향의 말러 1번 공연 후기는 스케치 상태로 너무 오랫동안 방치했네요. 요즘 계속 바빠서 그냥 스케치 상태로 올립니다.

전체적인 감상을 추가하자면, 정명훈의 말러 1번 해석은 유럽의 일류 악단이 연주했다면 사람들이 입에 거품 물고 쓰러졌을 만큼(^^;) 대단했습니다. 문제는 오케스트라가 사실상 새로 생긴 악단이었다는 것이죠. 거기에다 세종문화회관의 극악한 음향 환경은... -_-;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서울시향의 연주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결과만 놓고 본다면 해석의 탁월함에 비해 연주 자체는 흠 잡을 곳이 꽤 많았습니다. 모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글들이 혹평 위주였던 것도 이런 면에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평들은 너무 크게 신경 쓸 것도 함부로 무시할 것도 아닙니다. 처음이라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다음에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면 됩니다. 그러나 만약 발전이 없는 단원이 있다면 관중으로부터 혹평을 듣기에 앞서 마에스트로의 눈 밖에 나겠죠.

*

1. 미완성 교향곡
리만 식 프레이징
제2주제에서는 5도 하행 후 끊는 것 말고는 칸타빌레
--> 칸타빌레와 베토벤적 모티프 변용 사이에 중용. 베토벤적 요소에 방점.

정명훈의 비팅을 못 따라가는 사람 더러 있음. 주로 템포가 느릴 때.

2. 말러 1번
1악장 약간 어수선. 해석 좋았으나 삑사리가 많은 것이 흠. 말러적 폴니포니에 적응 필요.
'뻐꾹' 가운데 '꾹'이 음량이 너무 작아서 안 들릴 정도가 되기도 한 것 문제.
비팅 못 따라가는 사람 더 많아짐. 루바토 할 때마다 위험.
제시부 바이올린에 의한 칸타빌레 주제에 글리산도는 악보에 있는 것인지 확인 필요.
개파 부분에서 심벌즈 약했음. 4악장 개파에서 터트리려고?

2악장 랜틀러 리듬 처리 좋았으나 몇몇 사람이 못 따라가는 바람에 어수선.

3악장 콘트라바스 솔로 프레이징 "아유/슬리핑" 식으로 끊는 것 어색.
트럼펫 팡파르 주제에서 템포 크게 느려진 다음 뽕짝 주제까지 낙차 큰 아첼레란도 구사 인상적.
짬뽕 뽕짝 섹션에서 심벌즈 약하게 한 것 매우 좋았음.

4악장 제2주제에서 템포와 프레이징 아주 좋았음. 현을 앞세우고 금관을 절제한 해석 아주 마음에 들었음. 대신에 호른과 트럼펫 등이 음량 죽이느라 고생. 호른은 원래 약했나? 1악장부터 삑사리 허벌남. 개파에서 트럼펫의 마지막 돌출 부분 얌전한 것 마음에 들었음. 처음부터 트럼펫 음량이 약하긴 했지만 어쨌거나. 역시 개파에서 심벌즈 음량 좋았음. 약간 더 오바해도 좋았을 것이나 정명훈 스타일 아님.

*

올려놓고 나서 또 생각난 것이 있어서 덧붙입니다. 서울시향의 현의 보잉이 (특히 말러 1번에서) 레가토, 데타셰, 스피카토 등의 특색을 매우 선명하게 살리는데다가 다이내믹의 변화 또한 재빠르면서도 낙차가 큰 것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 수준의 프레이징은 이제까지 국내 악단이 감히 흉내 내지 못하던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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