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30일 월요일

존 윌리암스 -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처음부터 바그너 오페라를 감상하는 자세로 눈과 귀를 동시에 열어 두고 영화를 보았다. 그러나 현란한 화면과 요란한 효과음향 때문에 음악에 충분히 집중하지는 못했고, 그 때문인지 섬세한 심리묘사(이를테면, 에피소드 2에서 거짓말처럼 슬쩍 지나가는 라이트모티프가 파드메의 심경에 결정적인 변화가 왔음을 나타낸다.)까지 음악으로 느끼지는 못했다. 영화를 한두 번 더 보면 숨은그림찾기를 완성할 수 있을까.

<스타워즈>에 쓰인 음악이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와 유사성이 많다는 것은 바그네리안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다. 플롯의 구조를 보면 "시스의 복수" 편은 <발퀴레>와 통한다. 그런데 영화가 후반으로 치달을수록 이것은 차라리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아닌가! 리듬을 축으로 한 모티프 변형, 반음계적 화성, 이성을 마비시키는 절망의 정서.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트리스탄이다. 쿠르베날이다. 트리스탄 3막을 닮은 모티프와 언뜻 기리에를 연상시키는 모티프가 어우러지면서 목이 메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제다이 모티프가 음악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는 눈물을 억지로 삼켜야 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 남자라 극장에서 눈물을 흘리기에는 창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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