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25일 수요일

여러분께 감수를 부탁합니다: 말러 교향곡 4번 해설

통영국제음악제 프로그램북에 실릴 예정입니다. 헛소리가 있다거나 맞춤법이 틀렸다거나 등등 마구 지적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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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 당시 유럽인에게 말러 교향곡 4번은 괴상망측한 곡이었다. 썰매종 소리로 시작하는 도입부와 하이든 · 모차르트 시대 비엔나의 향락을 연상시키는 제1 주제, 무엇보다 승리의 팡파르가 아닌 천진난만한 노래로 끝맺는 작품이 무려 '교향곡'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는 사실은, 요즘 시각으로 보면 포스트모더니즘을 예견케 하는 음악 어법이라 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차라리 관객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여졌다.

계몽주의 시대 이래로 '발전'과 '목표지향'은 서양음악을 지배하는 패러다임이었고, 베토벤 교향곡에서 흔히 나타나는 "고난을 거쳐 별들의 나라로"(per aspera ad astra) 짜임새야말로 교향곡이라는 장르에 걸맞은 것으로 여겨졌다. 말러는 딱히 이것에 반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며, 교향곡 5번에서 바로 그런 짜임새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더니즘이 꽃피던 시대에 이러한 패러다임을 거부했던 스트라빈스키는 다음과 같은 비난을 들어야 했다.

"그는 지붕을 뜯어내 버렸고, 그래서 이제 그의 대머리 위로 빗물이 흐른다." (T. 아도르노)
"진실성 없는 음악" "속이 비어 있는 것으로는 피리를 불기 쉽다" (E. 블로흐)
"근심이 없는 작곡가" (A. 베르크)

말러 교향곡 4번은 가곡 〈천상의 삶〉(Das himmlische Leben)에서 핵심 주제를 따와 쓴 작품으로, 가곡 〈천상의 삶〉이 이 교향곡 마지막 악장으로 그대로 쓰이기도 했다. 그러나 가곡과 교향곡 모두 티 없이 행복으로 가득한 작품은 아니며,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 기괴함이 작품 곳곳에 숨어 있어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이와 관련해 음악평론가 김문경은 저서 『구스타프 말러』 제2권에서 가곡 〈지상의 삶〉(Das irdische Leben)과 연관 지어 설명했다.

"〈지상의 삶〉은 〈천상의 삶〉과 비슷한 시기에 작곡되었으며 교향곡 4번의 애초의 착상 때에 들어가 있던 가곡이다. 이 곡의 텍스트는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 아이가 배고파 죽겠다고 빵을 달라는데 어머니는 내일 곡식을 거둔다고 달래고, 다음날 또 보채니까 내일 타작을 한다고 하고, 마지막으로는 다음날 빵을 굽는다고 달랜다. 그런데 빵을 다 구웠을 땐 아이가 죽어 있는 그런 이야기이다. 〈지상의 삶〉의 주인공이나 〈천상의 삶〉의 주인공이 모두 어린이라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즉 어린이가 본 '지상'과 '천상'의 날카로운 대조 – 굶주림과 배부름, 지옥 같은 지상과 천국 같은 내세가 교향곡 4번의 착상에 힌트가 되고 있는 것이다."

말러 교향곡 4번은 귀에 쏙 들어오는 선율과 실내악적 짜임새 때문에 얼핏 가벼운 곡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작품은 짜임새가 매우 복잡한 곡으로 우주 삼라만상을 담고 있으며, 무대를 가득 메울 만큼 많은 악기가 연주에 필요하다. 무엇보다 여러 선율이 수평적으로 흐르며 대화를 나누듯 얽히는 양상이 바흐를 닮았다. 이것은 말러 작품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징으로, 실제로 말러는 바흐 음악 양식에 누구보다 정통했던 작곡가이다.

말러는 관현악법의 대가였고, 오케스트라로 특별한 음색을 내고자 기발한 방법을 사용했다. 이를테면 관악기 연주자가 어떤 대목에서 악기의 벨(bell)을 높이 들고 연주하도록 악보에서 지시하고 있어 그에 따른 음향적 효과와 더불어 관객에게 눈요깃거리가 되기도 한다.

또 2악장에서는 특수하게 조율된 이른바 '스코르다투라(scordatura)' 바이올린으로 독주를 하도록 지시하고 있으며, 오케스트라 악장이 일반 바이올린과 그보다 온음 높게 조율된 바이올린을 번갈아가며 연주하게 된다. 이렇게 하면 F♯ 음을 개방현으로 연주할 수 있게 되는데, 말러는 바로 이 F♯ 음에서 선율과 화음을 잔뜩 비틀어 놓아 기괴한 소리를 내도록 하고 있다.


▲ 2악장 바이올린 독주 음형. 기보된 음보다 실제 음이 온음씩 높다. 즉 E 음이 실제로는 F♯이다.

3악장에서는 현생의 번뇌를 승화시키는 듯한 뭉클함이 특징적이며, 클라이맥스에서 하늘문이 열리는 듯한 관현악적 스펙터클이 탁월하다. 가곡 〈천상의 삶〉이 그대로 쓰인 4악장에서는 묘한 노랫말과 관현악, 그리고 소프라노의 천진난만한 목소리가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한다.

Das himmlische Leben
천상의 삶

Wir genießen die himmlischen Freuden,
D'rum tun wir das Irdische meiden.
Kein weltlich' Getümmel
Hört man nicht im Himmel!
Lebt alles in sanftester Ruh'.
Wir führen ein englisches Leben,
Sind dennoch ganz lustig daneben;
Wir tanzen und springen,
Wir hüpfen und singen,
Sankt Peter im Himmel sieht zu.

우리는 천상의 기쁨을 누려요,
그래서 지상의 것들은 피해요.
세속의 소란은 조금도
천상엔 들리지 않아요!
만물이 평온 속에 살아가지요.
우리는 거룩한 생활을 하지요,
하지만 즐거운 일도 많아요.
우리는 춤추고 뜀뛰어요,
우리는 달리고 노래해요.
성 베드로가 우리를 지켜보지요.

Johannes das Lämmlein auslasset,
Der Metzger Herodes d'rauf passet.
Wir führen ein geduldig's,
Unschuldig's, geduldig's,
Ein liebliches Lämmlein zu Tod.
Sankt Lucas den Ochsen tät schlachten
Ohn' einig's Bedenken und Achten.
Der Wein kost' kein Heller
Im himmlischen Keller;
Die Englein, die backen das Brot.

요한이 어린 양을 풀어놓고,
도살자 헤롯은 잡으려 벼르고.
우리는 너그러운,
죄 없고 너그러운,
어린 양을 죽음으로 이끌고.
성 누가는 소를 잡아요.
망설임 없이 소를 잡아요.
와인은 공짜예요
천상에선 공짜예요
천사들은 빵을 굽지요.

Gut' Kräuter von allerhand Arten,
Die wachsen im himmlischen Garten,
Gut' Spargel, Fisolen
Und was wir nur wollen.
Ganze Schüsseln voll sind uns bereit!
Gut' Äpfel, gut' Birn' und gut' Trauben;
Die Gärtner, die alles erlauben.
Willst Rehbock, willst Hasen,
Auf offener Straßen
Sie laufen herbei!

온갖 채소가 자라요,
천상의 정원에서 자라요,
아스파라거스도, 완두콩도,
또 무엇이든 자라요.
음식이 한가득 있어요!
사과도, 배도, 포도도,
정원사님이 따먹게 해줘요.
노루도, 토끼도,
우리가 먹고싶으면
길 따라 달려오지요!

Sollt' ein Fasttag etwa kommen,
Alle Fische gleich mit Freuden angeschwommen!
Dort läuft schon Sankt Peter
Mit Netz und mit Köder
Zum himmlischen Weiher hinein.[note 1]
Sankt Martha die Köchin muß sein.

단식일이 다가오면,
모든 물고기가 기쁘게 헤엄쳐 와요!
저기 계신 성 베드로
그물과 미끼를 들고
천상의 연못으로 달려와요.
성 마르다는 요리를 하지요.

Kein' Musik ist ja nicht auf Erden,
Die unsrer verglichen kann werden.
Elftausend Jungfrauen
Zu tanzen sich trauen.
Sankt Ursula selbst dazu lacht.
Kein' Musik ist ja nicht auf Erden,
Die unsrer verglichen kann werden.
Cäcilia mit ihren Verwandten
Sind treffliche Hofmusikanten!
Die englischen Stimmen
Ermuntern die Sinnen,
Daß alles für Freuden erwacht.

지상에는 이런 음악 없지요
우리의 이런 음악 없지요.
수많은 아가씨가
짝지어 춤추고
성 우르술라가 웃음지어요.
지상에는 이런 음악 없지요
우리의 이런 음악 없지요.
체칠리아와 친구들이
뛰어난 궁정음악가예요.
거룩한 그 소리가
우리를 기쁘게 하고
만물이 기쁨 속에 깨어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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