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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18일 금요일

『플레이보이』 모델을 소재로 삼은 오페라 《안나 니콜》 초연 소식

마크-앤서니 터니지(Mark-Antony Turnage)가 작곡한 오페라 《안나 니콜》(Anna Nicole)이 어제 17일 영국 코벤트 가든(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초연되었습니다.

『연합 뉴스』 기사 참고

이 공연을 두고 음악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는 다음과 같이 논평했습니다. (☞ 원문 보기)

오늘 밤 오페라 초연에 무슨 옷을 입어야 좋겠느냐는 순진한 물음이 트위터에 올라와 큰 웃음과 조금은 진지한 고민을 불러왔다.

[…] 알몸(bare-butt), 립스틱과 지미추(Jimmy Choo) 구두, 왕가슴 정장(double-breasted (law) suit)과 넥타이 등 다양한 제안이 들어왔다. 한 시간 안에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 행사를 그토록 재미있게 만든 것은 로열오페라하우스가 평소 딱딱하던 분위기를 몰아내는 데 성공해서 굵은 글씨로 세계 초연을 무슨 다 함께 부르는 《사운드 오브 뮤직》처럼 만들어서 관객들을 나치 또는 수녀로 돌변하게끔 했던 대목이다.

오페라에서 이런 걸 더 보고 싶다. 《카르멘》에서는 집시들이 더 많이 왔으면 좋겠고, 《나비부인》에는 게이샤 아가씨들이 더 많이 왔으면 좋겠고, 《니벨룽의 반지》에는 나치주의자가 더 많이 왔으면 좋겠다. 다른 의견 또 있으면 알려주시라.

그러니까 이날 공연에 연예인들이 잔뜩 왔다네요. 그러나 이날 핵심은 역시 '안나 니콜' 역을 맡은 소프라노 에바-마리아 웨스트브뤼크(Eva-Maria Westbroek)입니다. 아랫글 제목에서부터 나타나듯이, 참… 건강하네요. ^^;

Anna Nicole the Opera ( . Y . ) in photos

지금부터는 사진 위주로 갑니다.

아래 사진은 ☞이곳에서 퍼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리승환님의 ☞명언(?)을 인용하고픈 욕망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무젖유죄 유젖무죄"

나중에 붙임: 동영상도 나왔네요!

2010년 12월 31일 금요일

2010년 클래식 음악계 주요 사건 (해외) ②

노먼 레브레히트가 꼽은 주요 사건에 이어 제가 몇 가지 사건을 더 꼽아 봤습니다. 트위터로 떠들고 말았더니 정리하기 쉽지 않네요.

1. 평론가 도널드 로젠버그 필화 사건

제 블로그에 따로 쓴 글이 있으니 참고하세요:
http://goo.gl/Hw2Ny

도널드 로젠버그는 그 뒤로 클리블랜드 오페라 경영난을 다룬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http://goo.gl/SuKHp

2. 플레트뇨프 아동 성추행 혐의 → 무혐의 판결

러시아 마피아와 태국 군부가 짜고 모함을 했다고. 판결 나기도 전에 플레트뇨프를 죄인 취급했던 사람들은 반성 좀 하시라.

http://www.artsjournal.com/slippeddisc/2010/12/breaking_news_mikhail_pletnev.html

3. 작곡가 마크 앤서니 터니지, 비욘세를 표절하다

현대음악 평론가 러더포드-존슨, 마크-앤서니 터니지의 신작 《Hammered Out》 도입부가 비욘세의 〈Single Ladies〉 표절이라며 의혹 제기. 그런데 문제가 된 대목이 초연 예정인 오페라 《Anna Nicole》 클라이맥스에서도 쓰였다네요. 대중음악 표절하는 클래식 음악가라니 -_-;; http://bit.ly/c0po6m

『가디언』 기사 http://bit.ly/9gxa0U 터니지는 '숨은 인용'이라며 물타기 시도. 저작권 협의 또는 계약서 인증 얘기는 당연히(?) 없었습니다.

『Sunday Telegraph』 기사 http://bit.ly/bvTXGH

러더포드-존슨은 뒤이어 소셜미디어 시대 게이트키핑(gatekeeping) 관점에서 사건을 고찰했습니다. http://bit.ly/cWY8bI

마크-앤서니 터니지는 현대음악(?) 작곡가치고는 매우 유명하며, 영국 음악계에서 팍팍 띄워 주는 작곡가입니다. 서울시향이 트럼펫 협주곡을 연주한 일도 있지요. http://goo.gl/kuSrl

4. 지휘자 세대 교체 바람

야니크 네제-세갱,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되다 http://goo.gl/qXaQ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 2013년부터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음악감독 된다… 현 음악감독은 켄트 나가노. 그런데 2013년부터 바이로이트에서 《니벨룽의 반지》 지휘하기로 했는데 어쩔껴? http://bit.ly/bFsHLC

게르기예프가 키운 지휘자 투간 소키예프, 베를린 도이체 심포니 상임지휘자로 결정. 현 툴루즈 카피톨 국립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1977년생. http://bit.ly/bljC01

기억나는 굵직한 사건만 해도 이렇습니다. 또 뭐가 있었더라…

5. 〈케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 운동

존 케이지 《4분 33초》를 크리스마스 차트 1위로 만들자는 운동으로 지난해 크리스마스 차트에서 TV 프로그램 《X-Factor》 '버프'를 받은 곡을 물리치고 록 밴드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이 발표한 《Killing in the Name》가 1위를 차지한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따왔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딴지일보 기사를 참고하세요: http://goo.gl/MVTR

그래서 《4분 33초》는 영국 크리스마스 차트 21위를 기록했습니다. BBC 제1 라디오는 관계자가 말하기를, "20위 안에 들었으면 전곡 방송했을 거라능." http://bit.ly/fWR9eJ

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는 음악을 설치미술 개념으로 사용한 작품이 터너 상을 받았다는 소식에 분개, 존 케이지가 원조임을 주장하며 자신이 《4분 33초》 연주로 터너 상에 도전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후 트위터로 "리허설중임다. 방해하지 마셈." "열광적인 반응임다. 앙코르 요청 받았다능." 등 트윗을…^^ http://goo.gl/0qvlB

6. 이스라엘 바그너 협회 창립

카타리나 바그너가 이스라엘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바이로이트에 초청하고 이스라엘에 방문하려고도 했으나, 그 사실이 이스라엘 언론에 미리 폭로되면서 격렬한 반대 여론에 부딪혔습니다. 그 뒤로 이스라엘에서 바그너 협회가 생기고 법무부 허가까지 받았다네요. http://goo.gl/tmjmW 그런데 이스라엘 체임버 바이로이트 초청은 밀어붙일 모양이더군요.

이런 얘기가 나오면 곧잘 오보가 나오는데, '이스라엘에서 바그너 음악 연주된 적 없다'라는 '카더라'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단지 바그너 오페라 '전막'이 연주된 일은 없습니다. 이스라엘에서 바그너 곡이 연주된 사례 모음 참고: http://goo.gl/QRyR

7. 쇼팽 콩쿠르 논란

☞ 그래프로 보는 2010년 쇼팽 콩쿠르

☞ 2010 쇼콩이후 끊이지 않는 음모론들

☞ 심사위원 푸총(Fu T'song)이 니콜라이 코쟈이노프와 김다솔에게 2차 예선 100점 만점에 10점 줬다

※ 올해의 부고

볼프강 바그너, 향년 90세. http://bit.ly/dx17w4

테너 페터 호프만, 향년 66세, 파킨슨씨 병. http://bit.ly/g1H9ZO

오페라 연출가 크리스토프 슐링엔지프, 향년 49세, 폐암.

작곡가 구레츠키, 향년 76세, 지병
http://johnsonsrambler.wordpress.com/2010/11/12/henryk-mikolaj-gorecki-1933-2010

지휘자 찰스 매케러스, 향년 84세, 암 http://bit.ly/daN31C

소프라노 조운 서덜랜드, 향년 83세.
음악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는 트위터에서 조운 서덜랜드 타계 떡밥 반응이 생각보다 미지근하다고 불만. '그런데 김희철이 누구이기에 계속 1등 먹나요?'

지휘자 바르샤이, 향년 86세. 죽기 전에 바흐 《푸가의 기법》 편곡을 끝냈다고. http://goo.gl/nQHsu

EMI 클래식스 사장이었고 워너 클래식스를 만든 Peter Andry, 향년 70세, 암 http://goo.gl/5WbbG

메시앙 부인 이본느 로리오(Yvonne Loriod), 향년 86세. http://bit.ly/dyiZfb

루마니아 출신 소프라노 Roxana Briban 자살 추정, 향년 39세. 오페라단 잘리고 우울증. 사망 당일 페이스북에 '라 트라비아타' 동영상을 올렸는데 자신이 연기한 비올레타 죽는 장면 http://bit.ly/g0ba2v

2009년 8월 21일 금요일

2007.02.07. 스트라빈스키 디베르티멘토, 터니지 트럼펫 협주곡,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 산토라 / 하르덴베리에르 / 서울시향

서울시립교향악단 정기 연주회
2007년 2월 7일(수)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Stravinsky: Divertimento from Fairy's Kiss (22')
Turnage: Trumpet Concerto (15')
Tchaikovsky: Symphony No. 6 in b minor, Op.74 'Pathetique' (46')

Misha Santora (cond.)
Håkan Hardenberger (tp)



올해 서울시향의 정기연주회 레퍼토리는 놀랍다. 현대음악이 고전-낭만 시대 작품과 비슷한 비중으로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미 '고전'으로 자리 잡은 20세기 작품뿐 아니라 아직 개인이 악보를 구할 수 없는 최신작도 꽤 있으며, 서울시향이 국내 작곡가에게 위촉한 작품도 연주될 모양이니 더욱 놀랍다. 그동안 현대곡이 자주 연주되지 않은 것은 대중에게 외면받아온 탓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검증된 작품만을 연주하는 것은 클래식 음악을 점차 박제로 만드는 악순환을 낳을 뿐이다. 외국 유수 악단의 공연에서는 현대음악이 심심치 않게 연주되며, 독일에서는 신작이 발표되는 연주회 티켓이 오히려 평소보다 훨씬 빨리 매진된다니 그에 비하면 우리 음악계는 얼마나 낙후되어 있는가. 그런데 이제 서울시향이 (적어도 연주회 프로그램으로는) 외국 유수 악단과 발맞추게 된 것이다. 세계적인 작곡가 진은숙이 서울시향의 상임작곡가가 되고서 약 일 년만의 일이다.

2월 7일 있었던 정기연주회에서도 마찬가지로 19세기 작품(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과 20세기 작품(스트라빈스키 디베르티멘토), 그리고 21세기 작품(터니지 트럼펫 협주곡)이 함께 연주되었다. 터니지(Mark-Anthony Turnage)의 트럼펫 협주곡 "난파의 잔해로부터 From the Wreckage"는 재작년에 세계 초연된 작품으로 이날 협연을 맡은 호칸 하르덴베리에르(Håkan Hardenberger)를 위해 작곡되었다. 작품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 듯했고, 플뤼겔혼(flügelhorn), C조 트럼펫, 피콜로 트럼펫이 각 부분의 독주에 사용되었다. 이 곡은 원래 작곡가의 어두운 시절에 대한 회상이며 '난파선'과의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첫째와 셋째 부분의 음울한 블루스 리듬은 묘하게 바다의 심상을 떠올리게 했다. 흐린 날 저녁 바다에 낡은 배 한 척이 파도에 흔들리고, 붉게 물든 하늘에 갈매기 한 마리가 외로이 날아가는 풍경을 상상해보라. 이렇게 보면 사나운 둘째 부분은 바다에 몰아치는 폭풍우 같고, 타악기와 금관의 뒤뚱거리는 부점 리듬은 거친 파도에 흔들리는 배 같기도 하다.

이날 연주회의 하이라이트는 하르덴베리에르가 반주 없이 들려준 두 곡의 앙코르였다. 첫 곡은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dgers) 작곡의 저 유명한 재즈곡 "My Funny Valentine"이었고, 두 번째 곡은 원래 스웨덴 민요라고 하나 정확한 곡명은 알려지지 않았다. 두 곡 모두 쳇 베이커(Chet Baker)나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를 닮은 재즈 양식이었는데, 어떤 면에서는 터니지의 트럼펫 협주곡과 통하기도 했다. 아닌 게 아니라 터니지가 마일스 데이비스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하르덴베리에르가 여기서 사용한 약음기는 스템(stem)을 제거한 하몬 뮤트(harmon mute)라고 하는데, 이것은 바로 마일스 데이비스가 즐겨 쓰던 종류의 약음기다. 약음기를 사용한 곡을 연주한 것은 사실 이날 하르덴베리에르의 윗입술 쪽에 상처가 있어서라고도 하는데, 그럼에도 마일스 데이비스의 트럼펫 연주가 시시하게 느껴질 만큼 감동적인 연주를 들려준 것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극도로 여리면서도 거짓말처럼 또렷하게 귀에 감기는 소리, 꿈결처럼 잔잔한 비브라토, 홀린 듯한 관객들…. 유치하게도 나는 은은한 조명 아래서 와인이라도 마셔야 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휴식 시간에 지인이 말했다. 이 분위기에서 '비창 교향곡'이 웬 말이냐!

서울시향의 앙상블은 뜻밖에 실망스러웠다. 터니지 트럼펫 협주곡이야 생소한 작품이니 일단 좋은 연주였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은 서울시향의 평소 실력을 고려할 때 아쉬움이 많았고, 스트라빈스키 디베르티멘토는 기껏해야 평균적인 국내 악단 수준이었다. 어쩌면 미샤 산토라(Misha Santora)의 지휘에 문제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휘하는 품이 영 수상한 것이 연주자들과 사인이 맞지 않아 박자가 곧잘 어긋나기도 했다. 또 어쩌면 실력은 뛰어나지만 아직 젊어서 경험이 부족한 지휘자가 외국 유수 악단보다 많이 부족한 서울시향을 이끄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게 전부일까? 아니. 상당수 단원이 지휘자에게 눈길도 잘 주지 않고 악보를 따라가기에 급급해 보였다. 그러면서도 악보에 뻔히 있는 악센트나 헤어핀(hairpin; <>) 등은 제대로 지키지 않고 밋밋하게 연주할 때가 많았다. 무시해도 좋을 '사소한' 실수들은 쌓이고 쌓여서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혹시 그동안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연습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가? 나는 이른바 '찾아가는 음악회'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정기연주회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곤란하다.

한국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자신의 연주를 스스로 즐기지 못하는 듯하다. 서울시향도 예외가 아니다. 이해하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연주가 관객을 감동시키기는 어렵다. 그런데 단원들과 동떨어져 홀로 연주를 즐기는 듯한 사람이 한 사람 있기는 했다. 객원으로 보이는 첼로 수석이다. 듣자 하니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 첼로 수석 루이지 피오바노인 모양인데, 이탈리아인 기질인지 과장된 몸짓과 앙상블을 무시하는 제멋대로 아티큘레이션(articulation), 첼로 파트를 혼자 맡은 것처럼 튀는 음량 등이 마냥 듣기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시향은 그의 연주를 배워야 한다. 악장을 가볍게 압도하고 때로는 지휘자마저 이끌어 가던 카리스마, 그러면서도 악보 못지않게 지휘자를 열심히 올려다보면서 지휘자의 지시를 실시간으로 연주에 반영하려고 노력하던 성실함은 악장을 비롯한 각 파트 수석들이 본받아야 한다.

전부터 느끼던 것이지만 시향의 트롬본 주자들은 부점 리듬에 취약한 것 같다. 이날 연주에서도 이를테면 스트라빈스키 디베르티멘토 2악장 마디 9에서 제3 트롬본이 부점 리듬을 처리하느라 갑자기 템포가 눈에 띄게 느려지고 말았다. 몇 마디 뒤에 같은 음형을 연주하는 제1 트롬본의 템포 또한 살짝 느려졌으며 부점 리듬도 썩 깔끔하지는 않았다. 트롬본이라는 악기 특성상 재빠른 음형을 연주하기 곤란하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세계적인 수준을 지향하는 악단이라면 그 정도의 어려움은 일찌감치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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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철. 2007. 이 글은 '정보공유라이선스: 영리·개작불허'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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