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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22일 목요일

로미오와 쥴리엣 ― 순수한 사랑 이야기

※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웹매거진에 실린 글입니다.

원본 출처: http://g-phil.kr/?p=240

▲ 온라인 게임 《마비노기》 ©넥슨

위 그림은 ㈜넥슨에서 만든 온라인 게임 《마비노기》에 나오는 장면이다. 셰익스피어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바탕으로 했으되, 대사는 셰익스피어 희곡과 다르다. 이를테면 "밤의 망토"는 로미오 대사에 나오는 말이고, 위 자막에 해당하는 줄리엣 대사는 "밤의 가면이 내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면 붉게 물든 내 뺨이 드러나고 말았겠죠"이다. 무엇보다 셰익스피어 희곡에서는 해골 괴물이 줄리엣을 공격한다거나 하지 않는다.

원작을 고치는 일이 잘못은 아니다. 사실은 셰익스피어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 또한 원작이 따로 있다. 아서 브룩(Arthur Brook)이 1562년에 발표한 서사시가 원작이며, 셰익스피어 작품과는 내용이 또 다르다. 셰익스피어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이 널리 알려지면서 오페라, 발레, 교향시, 영화 등으로 고친 작품이 곳곳에서 나왔고, 내용은 제각각이다. 이 가운데 오페라만 꼽아도 24개 작품 또는 그 이상이다.

왜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토록 다양한 판본을 낳은 고전이 되었을까? 비극적인 반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위대한 작가 셰익스피어의 아름다운 글 등을 생각할 수 있겠다. 구자범 지휘자는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말을 했다. "어른들은 싸우는데, 아이들은 사랑을 나눈다. 아이들이야말로 세속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가장 순수한 사랑을 한다."

이번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회에서 연주될 네 가지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살펴보자.

프로코피예프 《로미오와 쥴리엣》 조곡 2번에서는 이야기의 처음과 끝에 해당하는 두 곡이 연주된다.

구노 오페라 《로미오와 쥴리엣》번스타인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는 이야기 중간에 해당하는 대목, 로미오와 쥴리엣이 만나서 사랑을 키워 가는 장면이 연주된다. 구노와 번스타인이 같은 장면을 어찌 달리 표현했는지 견주어 보자.

차이콥스키 환상 서곡 《로미오와 쥴리엣》은 이야기 전체를 관현악곡에 담은 작품이다.

이제, 로미오와 쥴리엣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가슴에 담고, 사랑하며 살자. 이것저것 따지고 드는 어른들은 본받지 말고, 자유롭게 사랑하며 살자. 행복한 로미오와 쥴리엣이 되자.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이번 음악회 제목은 〈로미오와 리엣〉이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에서 정한 표준외래어표기법을 좇자면 〈로미오와 리엣〉이라 써야 옳다. 이번 음악회에서 경기필하모닉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일부러 틀리게 썼다. 리엣이라 쓰면 더 예쁘기 때문이다. 다만, 셰익스피어 희곡 제목을 쓸 때만큼은 외래어표기법에 맞게 썼다.

프로코피예프 《로미오와 쥴리엣》 모음곡 제2번

※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웹매거진에 실린 글입니다. 원본과 내용이 조금 다릅니다.

원본 출처: http://g-phil.kr/?p=237

프로코피예프는 1935년에 작곡한 발레 음악 《로미오와 쥴리엣》을 간추려 조곡(모음곡)을 3곡 만들었다. 이번 청소년 커플을 위한 음악회에서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조곡 제2번 중에서 발췌해 연주한다.

▶ 제1곡 : 몬타규 가(家)와 카풀렛 가(家)

사이 나쁜 두 귀족 집안 기사들이 만난 날. 분위기가 사납다. 짧고 강렬한 도입부가 끝나면, 저음 현이 기사들 발걸음처럼 쿵쾅거린다. 서늘한 긴장감을 담은 바이올린 선율이 이어진다.

▲ "기사들의 춤" 주제.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3.0 - Non-PD US, Non-PD EU

마침내 두 집안 기사들이 만나 으르렁거린다. 사나운 호른 선율이 터져 나오고, 이것이 트롬본, 튜바, 트럼펫 등으로 옮겨가며 긴장감을 높인다.

무릇 싸움 구경은 불구경만큼이나 재미난 법. 이 강렬한 분위기 때문에 '딥 퍼플' 등 록 음악가들도 이 곡을 연주한 일이 있다. 또한 이 곡은 영국 축구팀 '선덜랜드'가 입장할 때 배경음악으로 쓰기도 했으며, NFL 미식축구가 영국에서 방영될 때 주제 음악으로 쓰이기도 했다. 영화 《칼리굴라》 등에서도 이 곡이 쓰였다.

▲ "적개심(antagonism)" 주제. "기사들의 춤" 주제와 겹친다.

그래도 무도회는 열리고, 쥴리엣과 패리스 백작이 춤을 춘다. 패리스 백작은 쥴리엣과 결혼하고 싶어하는데, 쥴리엣은 아직 로미오를 만난 일이 없다. 플루트, 하프, 첼레스타가 이끄는 음악은 아름다운 쥴리엣 모습을 돋보이게끔 한다. 사뿐사뿐한 춤이 끝나면 다시 기사들이 서로 으르렁거린다.

▲ "쥴리엣과 패리스" 주제, 플루트 선율.

▶ 제2곡 : 쥴리엣 아가씨

제목 그대로이며 말이 필요 없다. 쾌활한 쥴리엣, 새침한 쥴리엣, 청순한 쥴리엣이 눈에 보일 듯한 음악이다.

▶ 제5곡 : 이별을 앞둔 로미오와 쥴리엣

쥴리엣의 침실. 달콤한 플루트 선율이 한참 흐른다. 짧은 클라리넷 선율에 이어 첼로와 바이올린 등이 연주하는 이른바 '사랑의 주제'가 나타난다.

▲ 플루트 주제

▲ 사랑의 주제

이제 헤어질 시간.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꼭 껴안는다. 독주 비올라, 클라리넷, 색소폰, 바이올린 등으로 선율이 이어지며 음악이 조금씩 부풀어 오른다. 뒤이어 플루트 주제와 사랑의 주제가 금관으로 찬가처럼 터져 나오며 음악이 절정에 이른다.

▲ '마지막 껴안음' 주제

로미오는 떠나고, 쥴리엣은 프란체스코 수도회 로렌스 수사를 만나 가짜 독약을 얻는다. 쥴리엣의 각오를 나타내는 플루트 선율이 불길하게 흐른다. 뒤이어 튜바와 콘트라베이스로 "죽음의 주제"가 나타난다.

▲ 불길한 플루트 선율

▲ 죽음의 주제. 불길한 플루트 선율과 겹쳐 나온다.

▶ 제7곡: 로미오와 쥴리엣의 무덤

제5곡에 나왔던 죽음의 주제가 바이올린으로 서럽게 이어진다. 금관이 선율을 받아 크게 부풀어 오른다. 뒤이어 '마지막 껴안음' 주제가 애달프게 흐르고 나면, 죽음의 주제가 금관으로 목놓아 울부짖듯 터져 나온다. 쓸쓸한 선율이 이어지면서 음악이 끝난다.

로미오와 쥴리엣 ― 구노 vs. 번스타인

※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웹매거진에 실린 글입니다.

원본 출처: http://g-phil.kr/?p=227

구노 《로미오와 쥴리엣》은 셰익스피어 희곡에서 줄거리를 가져왔으되 노랫말은 새로 쓴 오페라이다. 번스타인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배경이 뉴욕 슬럼가로 바뀌었고, 주인공 이름도 '토니'와 '마리아'이다. 이 두 작품에서 같은 장면이 어떻게 달리 나타날까? 먼저 로미오가 줄리엣을 처음 봤을 때, 줄리엣이 노래하는 장면을 살펴보자.

▶ 청순가련 쥴리엣 vs 공주병 쥴리엣

구노 오페라에서는 19세기 유럽 남자들이 좋아했을 법한 청순가련형 쥴리엣이 나온다.

Ah!
Je veux vivre
Dans ce rêve qui m'enivre;
Ce jour encor,
Douce flamme,
Je te garde dans mon âme
Comme un trésor!


아!
나 살고파라
이 꿈속에 취해서.
난 오늘도
달콤한 불꽃을
내 영혼에 간직하네
소중한 보물처럼!

Cette ivresse
De jeunesse
Ne dure, hélas! qu'un jour!
Puis vient l'heure
Où l'on pleure,
Le cœur cède à l'amour,
Et le bonheur fuit sans retour.


이 몽롱함
이 청춘을
누릴 날은, 아! 하루뿐!
그리고 때가 오면
눈물 흘리리,
사랑에 가슴이 무너지리,
행복은 영원히 떠나가리.

je veux vivre, etc.
Loin de l'hiver morose
Laisse-moi sommeiller
Et respirer la rose
Avant de l'effeuiller.


나 살고파라
우울한 겨울에서 벗어나.
나 잠자리
또 맡으리 장미 내음
꽃잎을 따기 전에.

Ah!
Douce flamme,
Reste dans mon âme
Comme un doux trésor
Longtemps encore!


아!
달콤한 불꽃이여,
머물러라 내 영혼에
소중한 보물처럼
오래오래!

번스타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는 20세기 미국 분위기에 맞는 말괄량이 공주병 쥴리엣이 나온다.

I feel pretty
Oh so pretty
I feel pretty and witty and gay
And I pity
Any girl who isn't me today


난 예쁘지
참 예쁘지
난 예쁘지 똑똑해 깜찍해
난 슬프지
너희는 나만큼 예쁘지 않네

I feel charming
Oh so charming
It's alarming how charming I feel
And so pretty
That I hardly can believe I'm real


난 귀엽지
참 귀엽지
놀라워 내가 이렇게 귀엽다니
참 예쁘지
말도 안 돼 이렇게 예쁘다니

See the pretty girl in that mirror there?
Who can that attractive girl be?
Such a pretty face
Such a pretty dress
Such a pretty smile
Such a pretty me!


보이니 저 거울 속 예쁜 애?
누가 저리도 아름다울까?
예뻐라 그 얼굴
예뻐라 그 드레스
예뻐라 그 웃음
예뻐라 그게 나!

I feel stunning
And entrancing
Feel like running
And dancing for joy
For I'm loved
By a pretty wonderful boy


눈부시지
빠져들지
난 달려가
춤추고 싶지
내게 반한
참 멋진 남자가 있지

I feel pretty
Oh so pretty
That the city should give me its key
A committee
Should be organized to honor me


난 예쁘지
참 예쁘지
온 도시가 날 맞아야지
위원회가 생겨야지
날 받들어야지

I feel dizzy
I feel sunny
I feel fizzy and funny and fine
And so pretty
Miss America can just resign
See the pretty girl in that mirror there
Who can that attractive girl be?
Such a pretty face
Such a pretty dress
Such a pretty smile
Such a pretty me!


어지럽지
눈부시지
톡톡 튀지 신 나지 기쁘지
참 예쁘지
미스 아메리카는 물러나야지.
보라지 저 거울 속 예쁜 애.
누가 저리도 아름다울까?
예뻐라 그 얼굴
예뻐라 그 드레스
예뻐라 그 웃음
예뻐라 그게 나!

I feel stunning
And entrancing
Feel like running and dancing for joy
For I'm loved
By a pretty wonderful boy


눈부시지
빠져들지
난 달려가
춤추고 싶지
내게 반한
참 멋진 남자가 있지

▶ 음유시인 로미오 vs. 네-이름을-부르리 로미오

로미오가 쥴리엣의 방 창가에서 부르는 세레나데를 견주어 보자. 구노 오페라에 나오는 19세기 로미오는 창문 앞에서 쥴리엣을 훔쳐 보는 모습이, 요즘 눈으로 보면 좀 궁상맞다.

L'amour! l'amour!
oui, son ardeur a troublé tout mon être!
Mais quelle soudaine clarté replendit
a cette fenêtre?
C'est là que dans la nuit rayonne sa beauté!


사랑! 사랑!
오, 정열이 나를 뒤흔드네!
그런데 왜 갑자기 밝은 빛이
창문에 비치는가?
여기가 밤이 아름다움을 뿜는 곳인가!

Ah! lève-toi, soleil!
fais palir les étoiles
Qui dans l'azur sans voiles,
Brillent au firmament!
Ah! lève-toi! parais!
Astre pur et charmant!


아! 떠올라라, 태양아!
별빛을 흐려라
푸른 하늘을 뒤덮어라
밝게 빛나라!
아! 떠올라라! 나타나라!
맑고 아름다운 별아!

Elle rêve! Elle denoue une boucle de cheveux,
Qui vient caresser sa joue!
Amour! amour!
porte lui mes vœux!
elle parle! qu'elle est belle! ah! je n'ai rien entendu!
Mais ses yeux parlent pour elle,
et mon cœur a répondu!
Ah! lève-toi, soleil!


그녀가 꿈꾼다! 땋은 머리를 풀었다,
뺨을 간질인다!
사랑! 사랑!
내 바람을 전해다오!
그녀가 말한다! 아름답구나! 아! 들리지 않아!
하지만 그녀 눈이 말하니,
내 가슴이 답했다!
아! 떠올라라, 태양아!

번스타인 뮤지컬에 나오는 20세기 로미오(토니)는 '마리아' 이름만 불러도 좋단다.

The most beautiful sound I ever heard:
Maria, Maria, Maria, Maria…


내가 들어본 가장 아름다운 소리
마리아, 마리아, 마리아, 마리아…

All the beautiful sounds of the world in a single word…
Maria, Maria, Maria, Maria…


세상 모든 아름다운 소리 한 낱말에 들어 있어
마리아, 마리아, 마리아, 마리아…

Maria!
I've just met a girl named Maria,
And suddenly that name
Will never be the same
To me.


마리아!
한 아가씨를 만났네 그 이름 마리아,
그 순간 그 이름
전과 같지 않으리
내겐.

Maria!
I've just kissed a girl named Maria,
And suddenly I've found
How wonderful a sound
Can be!


마리아!
한 아가씨와 키스했네 그 이름 마리아,
그 순간 알았네
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

Maria!
Say it loud and there's music playing,
Say it soft and it's almost like praying.


마리아!
소리치면 음악이 들리네,
속삭이면 기도처럼 들리네.

Maria,
I'll never stop saying Maria!


마리아,
나 끝없이 부르리 마리아!

Maria, Maria, Maria, Maria . . .


마리아, 마리아, 마리아, 마리아…

Maria!
Say it loud and there's music playing,
Say it soft and it's almost like praying.


마리아!
소리치면 음악이 들리네,
속삭이면 기도처럼 들리네.

Maria,
I'll never stop saying Maria!


마리아,
나 끝없이 부르리 마리아!

The most beautiful sound I ever heard.
Maria.


내가 들어본 가장 아름다운 소리.
마리아.

▶ 오 신성한 밤이여 vs. 잘자 내 꿈 꿔

이제 로미오와 쥴리엣이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을 견주어 보자. 구노 오페라에서는 들키면 큰일 난다는 긴장감과 더불어 19세기식 '밀고 당기기' 연애 기술이 나온다.

ROMÉO
O nuit divine! Je t'implore,
Laisse mon coeur à ce rêve enchanté!
Je crains de m'éveiller
Et n'ose croire encore à sa réalité!


〈로미오〉
오 신성한 밤이여! 나 비나이다,
내 가슴 이 황홀한 꿈속에 두소서!
나 깨어나기 두렵나이다
이것이 사실이라 믿기지 않사오니.

JULIETTE
Roméo!


〈쥴리엣〉
로미오!

ROMÉO
Douce amie!


〈로미오〉
상냥한 벗이여!

JULIETTE
Un seul mot...puis adieu!
Quelqu'un ira demain te trouver!


〈쥴리엣〉 (현관에서 멈춰서며)
한마디만...그럼 잘 가세요!
내일 누가 그대를 찾으러 갈 거예요!

Sur ton âme,
Si tu me veux pour femme
Fais-moi dire quel jour,
À quelle heure, en quel lieu,
Sous le regard de Dieu
Notre union sera bénie!
Alors, O mon seigneur,
Soi mon unique loi!
Je te livre ma vie entière.
Je te livre ma vie entière.
Et je renie tout ce qui n'est pas toi!
Mais!...si ta tendresse ne veut de moi
Que de folles amours...
Ah! Je t'en conjure alors,
Par cette heure d'ivresse,
Ne me revois plus!
Ne me revois plus!
Et me laisse à la douleur
Qui remplira mes jours.


그대 영혼이
나를 아내로 맞고자 한다면
말해주어요 그날이 언제인지
어느 때, 어느 곳인지
하느님이 지켜보시어
우리 결혼 축복받으리!
그리고, 오 나의 주인이시여,
하나뿐인 율법이 돼 주어요!
내 모든 삶을 바치리.
내 모든 삶을 바치리.
그대가 아닌 모든 것을 버리리!
하지만!... 그대 내게 다정히 바라는 것이
오로지 사랑의 욕정뿐이라면…
아! 나 그대에게 간청하오니,
이 황홀한 시간을 끝으로,
이제 나를 보지 말아요!
이제 나를 보지 말아요!
그리고 나를 내버려 두어요
나 고통 속에 살아가리.

ROMÉO
Ah! je te l'ai dit,
je t'adore!
Dissipe ma nuit!
Sois l'aurore! Sois l'aurore!
Où va mon coeur, où vont mes yeux!
Dispose en reine,
dispose de ma vie.
Verse à mon âme inassouvie,
Verse à mon âme inassouvie,
Toute la lumière des cieux!


〈로미오〉 (쥴리엣 앞에 무릎을 꿇고)
아, 나 이미 그대에게 말했다오,
그대를 사랑한다고!
지나가라 밤이여!
오라 새벽이여! 오라 새벽이여!
내 가슴 가는 곳, 내 눈 가는 곳!
마음대로 하라, 여왕처럼
마음대로 하라, 내 삶을.
부어라, 채워지지 않는 내 영혼에
부어라, 채워지지 않는 내 영혼에
하늘의 모든 빛을 쏟아 부어라!

GERTRUDE (offstage)
Juliette!


〈제르트뤼드〉 (무대밖에서)
쥴리엣!

JULIETTE
On m'appelle!


〈쥴리엣〉
누가 저를 불러요!

ROMÉO
Ah! déjà!


〈로미오〉 (일어나 쥴리엣의 손을 잡으며)
아! 벌써!

JULIETTE
Ah, je tremble
Que l'on nous vois ensemble!


〈쥴리엣〉
아, 두려워요
우리 들키면 어쩌죠!

GERTRUDE
Juliette!


〈제르트뤼드〉 (말하며)
쥴리엣!

JULIETTE
Je viens...


〈쥴리엣〉
가고 있어요...

ROMÉO
Écoute-moi!


〈로미오〉
내 말 들어요!

JULIETTE
Ah!


〈쥴리엣〉
아!

ROMÉO
Non, non,
on ne t'appelle pas!


〈로미오〉 (그녀를 앞으로 끌어당기며)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대를 부르는 게 아니에요!

JULIETTE
Plus bas! plus bas! parle plus bas!


〈쥴리엣〉
조용히! 조용히! 더 조용히 말해요!

ROMÉO
Ah! ne fuis pas encore!
Ah! ne fuis pas encore!
Laisse, laisse ma main
S'oublier en ta main -


〈로미오〉
아! 아직 가지 말아요!
아! 아직 가지 말아요!
내 손, 내 손이
그대 손안에서 잠들게 해요.

JULIETTE
Ah! l'on peut nous surprendre!
Ah! l'on peut nous surprendre!
Laisse, laisse ma main
S' échapper de ta main! Adieu!


〈쥴리엣〉
아! 누가 보면 어떡해요!
아! 누가 보면 어떡해요!
내 손, 내 손이
그대 손에서 벗어나게 해요! 안녕히!

ROMÉO
Adieu!


〈로미오〉
안녕히!

JULIETTE
Adieu!


〈쥴리엣〉
안녕히!

ROMÉO et JULIETTE
Adieu!
De cet adieu si douce est la tristesse
Que je voudrais te dire adieu
Jusqu'a demain!
De cet adieu, etc.


〈로미오와 쥴리엣〉
안녕히! 이제 헤어지리, 달콤하여라 슬픔마저도
나 그대에게 말하노라, 안녕히
내일이 올 때까지!
이제 헤어지리.

JULIETTE
Adieu mille fois!


〈쥴리엣〉
안녕히, 백만 번!

번스타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는 마리아(쥴리엣)를 아버지가 자꾸만 부른다. "가요! 간다고요!" 하고 말해 놓고서는, 둘이서 사랑을 속삭인다. 들키면 어쩌나 걱정도 안 되는지, 그저 세상에 둘 뿐이란다.

MARIA
Only you, you're the only thing I'll see forever
In my eyes in my words and in everything I do
Nothing else but you
Ever


〈마리아〉
오직 너, 너만을 바라볼게 언제까지나
내 눈에, 내 말에, 내 모든 행동에
너만이 있으리
언제나

TONY
And there's nothing for me but Maria
Every sight that I see is Maria


〈토니〉
나에겐 너뿐이야 마리아
내 눈엔 너만 보여 마리아

MARIA
Tony, Tony


〈마리아〉
토니, 토니

TONY
Always you, every thought I'll ever know
Everywhere I go you'll be


〈토니〉
언제나 너만 생각해
어디든 너와 함께해

TONY & MARIA
All the world is only you and me


〈토니 & 마리아〉
온 세상이 너와 나뿐이야

MARIA
Tonight, tonight
It all began tonight
I saw you and the world went away


〈마리아〉
오늘 밤, 오늘 밤
오늘 밤 모든 일이 시작됐어
너를 본 순간 세상이 사라졌어

Tonight, tonight
There's only you tonight
What you are, what you do, what you say


오늘 밤, 오늘 밤
오늘 밤 너밖에 없어
네 모습, 네 행동, 네 말밖에 없어

TONY
Today, all day I had the feeling
A miracle would happen
I know now I was right


〈토니〉
오늘, 온종일 난 느꼈지
기적이 일어나리란 걸
난 알아 그 느낌이 맞았어

TONY & MARIA
For here you are
And what was just a world is a star
Tonight


〈토니 & 마리아〉
왜냐면 여기 네가 있으니
또 세상은 별이 되었으니
오늘 밤

Tonight, tonight
The world is full of light
With suns and moons all over the place


오늘 밤, 오늘 밤
세상은 빛으로 가득해
해와 달이 모든 곳을 비추네

Tonight, tonight
The world is wild and bright
Going mad
Shooting sparks into space


오늘 밤, 오늘 밤
세상은 밝게 타올라
세차게 휘몰아치는
불꽃을 튀기네

Today, the world was just an address
A place for me to live in
No better than all right


오늘, 세상은 주소였을 뿐
내가 그곳에 살았을 뿐
그저 그뿐이었지

But here you are
And what was just a world is a star
Tonight


하지만 여기 네가 있으니
또 세상은 별이 되었으니
오늘 밤

Good night, good night
Sleep well and when you dream
Dream of me
Tonight


잘자, 잘자
편안히 잠자고
내 꿈 꿔
오늘 밤

※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대본을 쓴 작가 아서 로렌츠(Arthur Laurents)는 지난 5월 5일 향년 93세로 타계했다. 고인께 명복을.

힘겨워하는 연인을 위하여 ― 차이콥스키 환상 서곡 《로미오와 쥴리엣》

※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웹매거진에 실린 글입니다.

원본 출처: http://g-phil.kr/?p=224

이 작품은 짜임새를 따지면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있는 교향시라 할 수 있고, 소나타 형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등에서 보이는 비극적 흐름이 이 곡에서도 나타나며, 차이콥스키는 셰익스피어 희곡 줄거리를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슬픈 사랑 이야기를 차이콥스키다운 방식으로 풀어냈다고 할 수 있다.

프롤로그는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프란체스코 수도회 로렌스 수사를 나타내는 듯 슬프면서도 경건한 분위기이며, 비극을 들려주는 화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

▲ 프롤로그 주제: A조 클라리넷. ©Public Domain

뒤이어 격렬한 음악이 튀어나온다. 소나타 형식 제1 주제에 해당하며, 심벌즈가 끼어들면 '칼싸움' 느낌이 난다. 이번 청소년 커플을 위한 음악회에서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칼싸움'을 얼마나 실감 나게 하는지 귀담아들어 보자. 차이콥스키는 이 대목에서 사람이 죽고 사는 심각한 싸움을 그렸지만, 너무 어둡고 진지한 음악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대목에서 록 음악 듣듯이 가벼운 '헤드 뱅잉' 정도는 해도 좋지 않을까. (그러나 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을 잊지 말자!)

▲ '칼싸움' 주제: 제1 바이올린.

'칼싸움' 주제가 지나가면 소나타 형식 제2 주제에 해당하는 아름다운 선율이 나타나는데, 이것을 '사랑의 주제'라 부른다. 이 대목은 TV 드라마 《세서미스트리트》, 애니메이션 《사우스 파크》, 영화 《재즈 싱어》(1927) 등 TV와 영화에서 곧잘 쓰여서 널리 알려졌다. 영화평론가 '듀나'는 이 음악이 너무나 자주 쓰인 까닭에 빛이 바랜 느낌이 있다며, "두 코믹한 연인들이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들의 눈에 핑크색 하트를 달아주고 《로미오와 줄리엣》을 틀면 됩니다."라고도 했다.

▲ 사랑의 주제: 잉글리시 호른.

'사랑의 주제' 사이에 나오는, 마치 연인이 속삭이는 듯한 선율도 기억해둘 만하다. 그러나 악보를 인용한 세 주제만 기억해도 좋다. '칼싸움'이 더욱 사나워지고, '사랑의 주제'가 더욱 가슴 아프게 이어지고, '프롤로그' 주제가 곳곳에 나타나며 흘러가는 음악을 따라가 보자.

파국을 지나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대목에 이르면 팀파니 소리가 마치 거스를 수 없는 운명처럼 무겁게 들려 온다. 장례식 장면에 해당하는 대목이다. 뒤이어 목관악기가 같은 선율을 나란히 연주할 때 눈시울이 뜨거워진다면, 당신은 이미 음악에 흠뻑 빠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당신은 힘겨운 사랑을 해보았을지도 모른다.

2011년 4월 7일 목요일

시벨리우스 《포흐욜라의 딸》 / 프로코피예프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 /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 유카페카 사라스테 / 서울시향

2011-02-24 오후 08:0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 유카페카 사라스테

시벨리우스, 포흐욜라의 딸
프로코피예프,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언제나 그렇듯이, 무삭제판입니다. ㅡ,.ㅡa


역사와 전통이 있는 악단일수록 단원들 자존심도 그만큼 대단해서, 어지간한 지휘자는 말 안 듣는 단원들 때문에 골탕을 먹기 일쑤다. 그런데 서울시향은 그와 달리 지휘자가 무슨 요구를 하든 다 들어준다고 한다. 게다가 요즘 서울시향은 유럽 기준으로도 기본기는 탄탄하므로 일류 지휘자에게도 매력 있는 악단이라는 말을 글쓴이는 언젠가 한 단원에게 들은 일이 있다. 그래서 거장 샤를르 뒤투아가 객원 지휘했을 때 분위기가 그렇게나 좋았다던가.

글쓴이가 객석에서 듣기에도 일리 있는 말이다. 요즘 서울시향은 그만큼 지휘자 솜씨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거물급 지휘자 유카-페카 사라스테가 서울시향을 지휘했다. 이날 연주는 그 이상 말이 필요 없을 만큼 대단했다.

그런데 사라스테가 보여준 작품 해석은 조금 뜻밖이었다. 핀란드 출신 지휘자가 시벨리우스를 지휘하면 북유럽 서늘한 공기처럼 고음을 부풀릴 듯하지만, 이날 연주에서는 거꾸로 현이건 관이건 저음이 너무 두드러졌다는 불평이 나오기까지 했다. 《포흐욜라의 딸》에서 바이올린 소리가 오케스트라를 눈부시게 뚫고 나올 때에는 역시 핀란드 지휘자라는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으나, 전체적으로는 단단한 저음을 바탕으로 균형 잘 잡힌 소리였다.

'사라스테 사운드'는 프로코피예프 《로미오와 줄리엣》 발췌 모음곡에서 좀 더 또렷하게 드러났다. 단단한 저음, 균형 잡힌 소리, 그리고 조금이라도 균형을 해칠 만한 대목은 빈틈없이 다듬어 더할 나위 없이 세련된 소리가 객석을 압도했다. 정명훈이 큰 틀을 짜고 나머지는 단원들에게 맡기는 식으로 소리를 다스린다면, 사라스테는 작은 소리까지 지휘봉 끝에 휘어잡아 소리를 빚어냈다.

이러한 특징이 잘 드러난 곳으로 이를테면 〈몬타규 가와 카풀렛 가〉에서 '줄리엣' 모티프가 처음으로 나온 대목(마디 63)을 들 수 있다. 플루트가 연주하는 주선율은 아름답지만, 약음기 낀 비올라 음형에 글리산도(음 사이를 미끄러지듯 연주하기)가 있어서 문제다. 플루트 소리와 비올라 소리가 합쳐지면서 옥타브 하행 도약에 음산한 글리산도가 덧입혀져 주선율을 비틀어버리기 때문이다. 음반을 들어보면 지휘자에 따라 일부러 이곳에서 기괴한 느낌을 살리기도 한다.

그런데 사라스테는 글리산도 음형을 들릴 듯 말 듯하게 다스려 플루트가 주선율을 확실하게 이끌고 가게끔 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비올라 글리산도 음형이 마치 왈츠를 추는 줄리엣처럼 사뿐사뿐 했다는 대목이다. 완벽하게 다듬어진 음색과 셈여림, 악기 간 균형 따위가 상호작용하여 음반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마법이 일어났다.

'사라스테 사운드'가 가장 충격적으로 드러난 곡은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이었다. 글쓴이는 언젠가 이 곡을 두고 '달콤한 절망과 거짓된 승리' '현실을 회피해버린 작곡가의 정신적 마스터베이션' 등으로 풀이한 바 있다. 겉보기에는 법석대며 화려하게 끝나지만 그 이면에 처절하게 궁상맞은 정서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날 연주에서는 병든 광기가 철저하게 억눌린 대신 잘 계산된 세련미가 덧입혀져 마치 브람스가 새로 편곡이라도 한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자칫 유치하게 들릴 수 있는 대목은 대선율이 주선율을 치고 올라오게 하거나 악기 간 균형을 정교하게 다듬어 세련됨을 잃지 않게끔 했고, 곳곳에서 이음매가 자연스럽도록 템포를 다스리기도 했다. 그래서 사납게 몰아치는 대목에서도 절박하게 울부짖는 소리가 아니라 여유를 잃지 않고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어 마치 차이콥스키가 아닌 말러를 듣는 듯하기도 했다.

'이건 차이콥스키가 아니야!' 누군가는 이렇게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작품을 내놓고 나면 작가는 죽어야 한다.'(움베르토 에코)라는 말이 있듯 한 가지 해석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더군다나 차이콥스키는 자신이 떠올린 아름다운 선율을 베토벤이나 브람스처럼 정교한 짜임새로 풀어내는 솜씨가 모자람을 곧잘 한탄했다고 하지 않던가. 그가 이날 연주를 들었다면 자신의 약점을 없애준 연주라며 지휘자 손을 덥석 잡고 고마워하지는 않았을까.

이날 첼로 수석을 맡은 객원은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관현악단 수석인 루이지 피오바노(Luigi Piovano)로 서울시향과는 아마도 두 번째이지 싶다. 그런데 피오바노가 서울시향 객원 수석을 처음 맡았던 날을 글쓴이는 시향 개편 이후 최악의 연주회로 기억한다. 그날 시향이 연주를 망친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개편 초기 취약점을 거의 털어낸 서울시향이 이날 피오바노를 다시 만나 멋진 연주를 들려주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반갑기 때문이다.

현악 파트는 보통 수석 연주자가 활놀림을 결정한다. 가끔은 악보에 지시가 있거나 지휘자 요구가 반영되기도 하지만, 그런 예외를 빼면 수석 연주자가 누구냐에 따라 파트 음색이 확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이날 피오바노를 만난 서울시향은 평소와는 크게 달라져 고무공처럼 통통 튀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첼로 소리를 뽐냈다. 첼로를 따라 콘트라베이스 소리가 덩달아 달라지기도 했는데, 첼로와 활놀림을 맞춘 탓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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