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E♭장조 K. 364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란 하이든과 모차르트 등 고전주의 시대 작곡가들이 즐겨 쓰던 용어로, 대개 독주 악기가 둘 이상이며 통상적인 협주곡보다 독주 악기의 역할이 작아서 교향곡과 협주곡의 중간적 형태라 할 수 있는 악곡을 말한다.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E♭장조는 모차르트가 1779년에 쓴 작품으로, 독주악기 2대가 마치 오페라 이중창처럼 대화를 나누는 듯한 짜임새가 두드러진다. 특히 2악장은 쓸쓸한 선율과 더불어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서로를 다독이는 듯한 분위기로 당당한 1악장 및 쾌활한 3악장과 대비를 이룬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오페라 ‘카프리치오’ 중 육중주
’카프리치오’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마지막 오페라이다. 백작의 여동생 마들렌을 사모하는 작곡가 플라망과 시인 올리비에가 시와 음악의 우열을 놓고 마들렌을 설득하려 하는 것이 주된 내용으로, 극 중 플라망이 작곡 중인 현악육중주로 오페라가 시작되며 이 현악육중주는 오페라와 별개로 연주되기도 한다. 음악 용어이기도 한 ’카프리치오’는 본디 ’변덕’을 뜻하며 음악(플라망)과 시(올리비에) 사이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마들렌의 마음을 상징한다.
쇤베르크: 정화된 밤, Op. 4
‘정화된 밤’은 쇤베르크의 후기 낭만주의 시기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반음계적 화성에서 오는 탐미적인 정서와 정교한 형식미가 공존하는 것이 특징이다. 쇤베르크는 리하르트 데멜(Richard Dehmel)의 시 ’두 사람’(Zwei Menschen)에서 영감을 받아 실내악 편성의 교향시로 이 곡을 구성했으며, 초연 당시에는 줄거리를 설명하지 않고 순음악으로 평가받고자 했다. 시 전문은 다음과 같다.
두 사람이 황량하고 스산한 숲을 거닐고 있다.
달이 그들을 따라가고, 그들은 달을 쳐다본다.
달은 떡갈나무 위로 높이 나아가고
하늘에는 빛을 가릴 구름 한 점 없이
검고 뾰족한 나뭇가지가 달을 찌른다.
여자의 목소리 들린다:
“나는 아이를 가졌어요. 그대 아이가 아니랍니다.
나는 죄를 짓고 그대 곁을 걸어요.
나는 나에게 끔찍한 일을 저질렀어요.
나는 행복을 바랄 수 없어요.
그래도 나는 갈망했어요
삶의 풍요로움과, 어머니의 기쁨과,
어머니의 의무를요. 그래서 죄를 지었어요,
그래서 떨리는 내 몸을
낯선 사내의 품에 맡기고
복 받았다고 여기기도 했어요.
이제 인생이 복수를 하네요,
내가 그대를, 그대를, 만났네요.”
그녀는 비틀거리며 걸어간다.
그녀는 고개를 든다. 달이 따라온다.
그녀의 어두운 시선이 빛에 잠긴다.
남자의 목소리 들린다:
“그대가 잉태한 아이를
영혼의 짐으로 삼지 말아요.
보세요, 우주가 얼마나 밝게 빛나는지!
광채가 모든 곳에 쏟아지고,
그대와 내가 차가운 바다를 항해해도,
우리 안에서 따사로운 빛이 타올라요
그대에게서 나에게로, 나에게서 그대에게로.
그 열기가 낯선 이의 아이를 정화하고
그대가 잉태한 내 아이가 되리니
그대가 나에게 광채를 비추고,
그대가 내게서 아이를 만들었네요.”
남자는 여자의 굴곡진 허리를 감싸 안는다.
그들의 숨결이 공기 속에서 입 맞춘다.
두 사람이 높고 밝은 밤 속을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