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신문』에 연재 중인 칼럼입니다.
전설적인 축구 선수였으며 현재는 축구 해설자인 차범근 선생이 어느날 팟캐스트(인터넷 라디오)에 출연했습니다. 스포츠 분야가 아닌 시사 전문 채널이었지요. 요즘은 시사 · 정치 뉴스에 사람들 관심이 온통 쏠려서 축구를 보는 사람이 크게 줄어든 탓에, 인기 많은 팟캐스트에라도 자신이 출연해야겠다고 생각했다네요. 인터넷 라디오 전성시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이야기입니다.
얄궂게도 저는 이 사연을 기성 언론 기사를 읽고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도 즐겨듣는 팟캐스트가 있어요. 과학 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있네〉와 수학 팟캐스트 〈적분이 콩나물 사는데 무슨 도움이 돼?〉라는, 이름부터 참 재미난 프로그램이에요. 학창시절에 수학을 지지리도 못했던 저같은 사람도 재미있게 들을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잠자기 전에 작은 소리로 틀어놓고, 듣다가 잠이 들었던 부분부터 다음에 또 듣기에도 좋아요.
이 글 성격에 맞는 음악 전문 팟캐스트도 있습니다. 이 얘기를 하려고 서론이 길었네요.
첫 번째로 소개할 음악 팟캐스트는 〈당신의 밤과 음악〉입니다. KBS 1FM 라디오 프로그램 제목이기도 하지요. 그 프로그램에서 일 주일에 한 번씩 초대 손님을 모시는 코너가 있는데, 지난해 5월부터 그것을 팟캐스트로 만들어 인터넷으로도 편리하게 들을 수 있게끔 하고 있더라고요. 기성 방송국의 전문 장비와 인력이 투입되어 방송의 음질이 훌륭하고 프로그램 진행도 매끄럽습니다. 방송되는 음악의 저작권 문제도 깔끔하고요.
〈당신의 밤과 음악〉의 가장 훌륭한 점은 초대 손님이에요. 팟캐스트를 처음 시작할 때에는 한양대학교 정경영 교수님이 출연하셨고, 요즘은 음악칼럼니스트 김문경 선생이 출연하고 계시지요. 김문경 씨는 때때로 통영국제음악당 공연 프로그램 노트를 써주시기도 하는데, 지난 7월 2일에 있었던 '파질 사이 피아노 리사이틀' 프로그램 노트를 써주신 분이기도 합니다. 방송에서는 때때로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음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점이 참 좋더라고요.
정경영 교수님은 학계에서 명망 있는 음악학자입니다. 방송에서는 서양음악사 가운데 복잡하고 따분한 대목을 털어낸 다음 쉽고 재미있게 요약해 전달하면서도 알찬 내용을 유지하는 점이 아주 훌륭하더군요. 자칫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대목에서는 아주 짧은 순간 말을 고르시는 듯한 기색이 개인적으로 인상깊었습니다. 진행자가 끝내 내용을 오해한 순간에는 점잖은 유머를 섞어서 바로잡더군요.
두 번째로 소개할 음악 팟캐스트는 〈신음악의 다잉메세지〉입니다. 작곡을 전공한 남자와 이론을 전공한 여자가 평소에 잡담으로 하는 말을 방송으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해요. 방송에서는 실명을 사용하지 않아서 비밀을 지키겠지만, 둘 가운데 한 사람은 통영국제음악당 공연 프로그램 노트를 몇 번 써주신 분이기도 합니다.
〈신음악의 다잉메세지〉는 현대음악 전문 방송이에요. 〈과학하고 앉아있네〉나 〈적분이 콩나물 사는데 무슨 도움이 돼?〉처럼 어려운 주제를 가볍고 유쾌하게 다루는 점이 좋더군요. 두 사람의 입담이 참 훌륭하고, 전문 방송인이 아닌 진행자들의 발음이 생각보다 또박또박한 점도 대단합니다. 개인 방송인 만큼 저작권을 해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음악을 아주 짧게 들려주는 것은 단점이에요.
그런데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지 모릅니다. '도대체 팟캐스트란 것은 어떻게 듣는 것인가요?' 이걸 설명하려면 배보다 배꼽이 커질지도 모를 일인데, 일단 인터넷으로 '팟캐스트'를 검색해 보세요. 나오는 설명을 읽어보시고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면 알 만한 사람에게 물어 보세요. 어쩌면 신세계를 발견하게 될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