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7일 목요일

음악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 리카르도 무티 〈비르기트 닐손 상〉 수상 소식에 독설

비르기트 닐손은 김원철이 음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바그너 가수로 꼽는 소프라노입니다.

▲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가운데 'Mild und leise'(사랑의 죽음).
카를 뵘 지휘,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1966년

그런데 최근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가 〈비르기트 닐손 상〉을 받았습니다. 상금이 백만 달러에 이릅니다. 음악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는 가수가 아닌 지휘자가 그 상을 받았다는 소식에 다음과 같은 독설을 퍼부었습니다.

http://www.artsjournal.com/slippeddisc/2011/03/a_missive_from_miss_nilsson.html

생각해 보니 저도 화가 나네요. 지휘자한테 주더라도 바그너 지휘자한테 줬으면 또 말을 안 해요. 아오…

비르기트 닐손이 보낸 편지

야호, 호요토호!

비르기트예요. 저는 이제 이승에 없지만 그래도 지켜보고 있어요, 진짜로요.

아실 만한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한창때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면서 무시무시한 고음을 질러댔죠. 투란도트를 할 때면 당나귀 타고 운전면허 딸 기세였어요.

어쩐 일인지 돈도 많이 벌었어요. 제가 달라고 하지는 않았는데, 사람들이 부케 던지듯이 돈을 던지더라니깐요. 아마 나만큼 목청 좋고 높이 올라가는 가수를 못 봤나 봐요.

어쨌거나, 그 돈 일부는 농장에 붓고 나머지로 상을 만들었어요. 뭐, 안 될 것 있나요? 이걸로 누군가가 망해가는 예술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게끔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겠죠.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고요? 제 상을 지휘자한테 줬대요.

지휘자라니요? 쿠바 힐 스타킹 신고 지팡이 짚은 꼴이에요. 에고(ego)에 해부학적 손발이 달린 꼴이에요. 두발자전거에 셋째 바퀴 달린 꼴이에요. 멍청한 생각이죠.

Cuban heels

▲ 쿠바 힐 스타킹. 출처: http://sacu.me

내가 애써 번 돈 백만 달러를 리카르도 무티한테 줬대요.

뭣 때문에 그랬대요? 장난감 기차 새로 사라고? 알리탈리아 항공사를 통째로 사라고? 아니면 베를루스코니 가카 수도원에 한 달 보내라고?

왜 그 찌질이들은 내가 고음 질러가며 번 돈을 손에 작대기 없으면 바람에 날려갈 사람한테 못 줘서 안달이었대요?

참나, 비르기트 닐손이라는 사람도 문제 많았지만 이따위 엉터리를 참아넘긴 일은 없다고요. 심사위원들은 제가 카라얀에 대해 쓴 말이나("우릴 이용만 해먹는다능") 숄티에 대해 쓴 말이나("너무 느리다능") 나머지 왕초들에 대해 쓴 말을 한 번도 안 읽어 봤대요?

심사위원 가운데 영국 평론가 ― 알고 보면 덴마크계? ― 크리스티안센(Rupert Christiansen)이 무티 팬이로군요. "무티가 올여름에 잘츠부르크에서 《맥베스》를 지휘하기를 목 빠지게 기다린다."라고 『데일리 텔레그래프』에서 말했고요. 뭐, 잘났군요. 하지만 누가 박자 젓는 사람 때문에 베르디 보러 가나요? 공연은 가수가 해요. 나머지는 장식이라고요.

심사위원들 조심하라고 하세요. 저는 저승에 있지만 벼락을 내려서 혼쭐을 내줄 수는 있다고요. 여러분이 색종이처럼 뿌리는 건 비르기트가 벌어놓은 스웨덴 돈이라고요. 비르기트는 그거 안 좋아해요.

비르기트는 히르스턴(Kirsten Flagstad)이랑 커피를 마시고 있어요. 리허설하다 쉬는 중이에요. 둘이서 생각 좀 해볼 거예요. 조심하세요. 멋쟁이 머큐리 씨가 며칠 전에 〈천국 음악상〉 시상식 때 말해준 대로 할 거예요. We will rock you.

진짜라니깐요.

또 무티한테 영수증 보자고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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