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26일 화요일

성매매특별법 비판 (성노동 자율공동체를 위한 연대)

박노자씨가 쓴 좀 더 차분한 글:
http://blog.hani.co.kr/gategateparagate/16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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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는 성산업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
번호 13 분류   조회/추천 17  /  0
글쓴이 chimera

작성일 2006년 09월 22일 00시 56분 04초


 

우리는 성산업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

-성매매특별법 2주년, 다음 해에는 이 법을 기념하는 일 따위가 없길 바라며-

 

성노동 자율공동체를 위한 연대()

 

 

냉전이데올로기를 닮은 성매매특별법

 


성특법 2주년을 맞아 언론매체는 마치 그 동안 이 문제에 엄청난 관심을 쏟아왔으며, 성노동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를 한 눈에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특집을 꾸려 세밀한 평가를 진행했다. 그러나 그 특집평가란 것이 사실은 이 법을 추진한 여성가족부 정책당국자들의 보도자료를 토대로 재조합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언론들이 앵무새처럼 정책당국자들의 홍보용 자료를 그대로 반복하는 그 많은 지면에 응당 존재해야 할 성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은 성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형식이나마 실어보려는 어떤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언론보도에서 우리가 읽게 되는 것이라곤 정책적 효과를 선전하는 통계수치들, 그리고 성노동자들을 대변한다고 외쳐대는 여성가족부의 지긋지긋한 목소리뿐이었다. 그들은 성노동자들이 어떤 말도 주체적으로 할 수 없는 존재들인 양 침묵 속에 붙들어 놓았으며, 성노동자들에게 성특법에 대한 의견조차 묻지 않는다. 특집을 꾸미면서 어떤 언론집단도 성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싣지 않았던 것이다.


성노동자들의 주체적 목소리는 그 동안 대변자 역할을 자임해왔던 여성가족부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불편하게 만들 것이다. 왜냐하면 성특법을 만든 그 대변자들은 성노동자를 단 한 순간도 정확하게 대변한 적이 없으며, 심지어 성노동자의 목소리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었으니까. 언론매체와 사회단체들은 성특법이라는 주제 앞에만 서면 논쟁을 회피하듯 당사자들인 성노동자들을 목소리를 직접 실어야 한다는 최소한의 민주적 원칙마저 지키지 않고 있다. 그들은 성노동자들이 그들의 입맛에 맞게 순화되고 개조되지 않는 한 어떤 이야기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결국 시민들은 성특법을 자화자찬하며 성특법을 더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여성가족부의 훈수를 그저 믿는 도리밖에 없다. 이 상황은 우리로 하여금 우스꽝스럽고 치졸했던 냉전이데올로기의 시대를 떠올리게 만든다. 체제 저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은 이쪽 체제의 관변방송뿐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여기에 그런 식으로 성산업과 그 속에서 일하는 성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38선이 그어지고 있다. 그리고 말할 자격이 부여되는 성노동자란 38선을 넘어 귀순한 사람들에 한해서이다.


결국 냉전은 끝나지 않은 것이다. 재활, 사회로의 복귀 그 모든 프로그램에서 표현되듯, 자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권력이 자행하는 저 인간개조의 폭력을 보라!

 

 

 

 

창녀로 일할 것이다, 어쩔래?

 


우리는 묻고 싶다.


나는 창녀로 일할 것이며, 창녀로 살 것이다! 그렇다면 창녀가 아닌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라고.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이 과연 창녀인 나를 범법자라고 잡아가거나, 혹은 희생자라고 나를 대변하며 내 의지에 반하여 나를 재활시키는 것인가? 그것 외에 상상되는 것이란 없는가?


당신들은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선택과 상관없는 체제의 희생자일 뿐이다라고. 어떤 면에서? 세상 모든 사람들이 직업을 선택하고 살아가는데 유독 창녀를 직업으로 하는 내가 희생자로 묘사되어야 하는가? 다른 모든 직업이 일을 대가로 돈을 받고 있는데, 남자와 섹스를 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이 왜 남성의 희생자로 묘사되어야 하는가? 우리에게 희생자성을 강요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어떻게 직업을 가지게 되었고, 누구로부터 돈을 받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삶을 꾸려나가는지 말이다.


당신들은 섹스를 파는 것을 죄악이라고 말한다. 섹스는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라는 당신들의 그 지고 지순한 로맨스에 기대서 말이다. 그러나 그것을 죄악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창녀인 나 자신에게나 죄를 짓는 것이지 당신들에게 죄를 지은 것이 아니다. 매춘은 당신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다. 매춘은 도둑질도 강도도 전쟁도 아니며 불로소득도 아니다. 매춘은 알코올중독이나 마약중독처럼 가족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 오히려 가족들의 생계를 유지하게 한다. 그럼에도 당신들은 왜 창녀를 개조하려 하는가? 왜 끊임없이 매춘을 도둑질, 강도, 전쟁과 동일시하려 하며 왜 알코올중독과 동일시하려 하는가? 당신은 자신이나 타인의 건강에 해롭다는 담배도 불법화하지 않으며, 자신과 타인의 건강을 해하는 알코올도 불법화하지 않으면서, 거의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매춘을 불법화한다. 우리는 희생자가 아니라, 오히려 당신들이 고귀하게 떠받치고 있는 관념의 희생자였던 것이다. 누가 누구에게 진정 죄를 짓고 있는 것인가?


당신들은 인신매매와 감금에 대해 말하면서 그것이 매춘의 본성인양 왜곡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아무리 합법적이고 온당하고 도덕적으로 칭송할만한 직업이라고 하더라도 그곳에서 노동자의 권리와 힘이 미약한 한에서 인신매매와 감금은 상존한다. 인신매매와 감금이 존재하는 이유는 어떤 직업의 본질적 속성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산업에서의 노동자의 권리와 힘이 약화되어 있기 때문일 뿐이다. 오늘날 건축산업을 보라. 불법하도급이 판치고 일용직 노동자들의 삶은 위태롭기 짝이 없으며 중노동에 시달린다. 제조업을 떠받치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보라. 그들은 이동의 자유가 없는 실질적 감금상태에 놓여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사회는 건축업을 없애거나 제조업을 없애자고 말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그 산업영역에서 노동자들의 주도권과 통제권의 향상이며, 산업을 민주적으로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렇다면 왜 성산업에서 그런 민주주의를 상상하지 못한단 말인가?

 

 

 

 

 

성특법의 실제적 효과는 무엇인가?

 



성특법을 제정하고 집행하는 지난 2년 동안 여성가족부는 성노동자들의 이러한 발언들을 내내 무시해왔다. 대화적 관계를 가지려는 어떤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만약 여성가족부가 정말로 이 산업에서 인신매매와 감금을 없애고 여성들의 인권을 향상시키고자 한다면 성노동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해야 한다. 성노동자들의 사회적 권리가 향상될 때 비로소 인신매매와 감금을 일삼으려는 업주의 의도를 차단할 수 있으며, 성산업을 성노동자의 주도권아래 민주적으로 변화시켜 나갈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지금의 성특법처럼 성노동자는 처벌하지 않되, 섹스 구매자와 업주들을 처벌하는 것을 가지고는 성노동자들을 더욱 열악한 노동조건과 노동환경 속으로 몰아넣는 것이 될 뿐이다.



물론 현재의 성특법은 자기 의지에 반하여 섹스를 강요당한 피해여성을 구제하는 데에는 분명 기여한 바가 있다. 그러나 피해 여성을 구제한다는 명분으로 모든 성노동자를 피해자화할 수는 없으며, 그런 방향이 성노동자들에게 해롭기만 할 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성특법의 결과 성노동자들은 경제적 곤궁 때문에 해외에서 불법체류자가 되는 것을 감수하거나, 더 많은 사채 빚에 시달려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성특법은 성노동자들을 더욱 심각한 폭력과 가난에 시달리는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그토록 혐오해마지 않는 섹스 구매자들은 어떤가? 업주들은 어떤가? 섹스 구매자와 업주들은 집창촌을 빠져나갔겠지만 그들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들은 집창촌의 존폐여부와는 애당초 무관한 사람들이었다.


몇몇 집창촌이 사라지고 있다고, 그것이 성특법의 효과라며 여성가족부가 발표를 했지만 우리가 파악하기로는 지주인 업주가 자신들의 이해가 걸려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업소를 폐쇄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주인 업주로서는 도시재개발 열풍이 불고 있는 이 때, 성노동자를 내쫓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들 업주가 성산업을 그만 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 자신의 사업장을 유흥업소로 위장해놓고 음성적인 형태로 다시 알선업까지 겸하고 있다. 그리고 집창촌에서 쫓겨난 여성들을 이용해 더 큰 착취를 하고 있다. 우리는 성특법이 집창촌을 사라지게 할지언정 결국 업주의 대자본화를 가속화하여 성산업에서 자본적 축적을 용이하게 하는 것일뿐이며, 성노동자에게는 더욱 극악한 노동조건을 만드는 것일 뿐이라고 판단한다.


어떤 산업이든 노동자의 권리가 약화되는 한 인신매매나 감금, 그리고 사실상 그와 유사한 노동조건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성특법은 결코 여성인권 향상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성노동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위해 다음의 사이트를 방문하십시오.

<민주성노동자연대> http://cafe.daum.net/gksdudus

 

 

 

 

이 산업에 존재하는 해악적 요소를 없애고

여성인권을 향상 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성노동자와 성매매 피해여성을 구분해야 한다. 성노동자의 권리를 향상시키면서도 실제로 피해를 당한 여성은 구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재활정책을 고수하면서 성노동자 권리향상을 위한 사회적 지원을 보강하자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성가족부와 여상단체가 주장하는 성거래=성폭력이라는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관념화된 도식을 버려야 한다.


두번째, 성산업을 민주화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섹스 거래를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인신매매에 대한 재정의를 통해 감금, 폭행, 강제노동을 줄일 수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 그를 위해 감금, 폭행, 강제노동을 강요한 고객과 업주에 대해서는 신상공개와 성산업에 다시 들어올 수 없는 아웃제를 추진하는 것과 더불어 성노동자 권리를 위한 단체결성의 의무화를 추진할 수 있다.


세번째, 성산업을 자본화하는 것이 아니라, 성노동자들의 주도권아래 자율관리되는 제도가 필요하다. 자율관리제도는 성산업에 대한 국가적 통제와 개입에 따라 성노동자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며, 또한 국가나 여타의 권력기관이 성노동자들의 이해와 욕구를 왜곡하는 것을 방지한다. 다른 한편, 성산업 내에서 자본주의논리에 의한 무한경쟁과 자본재생산을 막기 위해 업소규모의 제한이라든가 영역의 제한 등을 자율적으로 규제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권력에 의한 성노동자들의 통제가 아니라, 성산업이 자본화되는 것에 대한 규제와 통제다.

 



우리는 여성가족부가 우리가 제안하는 세가지 사항을 고려하는 정책을 세운다면, 인신매매나 감금을 실질적으로 없앨 수 있는 것은 물론, 성산업을 성노동자들의 통제하에 둠으로 해서 여성인권에 질적인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제안하는 전략들은 정부, 시민, 성노동자, 성산업인 모두의 책임이 요구되며 성산업을 민주화하고 성노동자의 권리를 향상하는 데에 참여하려는 노력을 요구한다. 또한 우리의 전략은 권력의 남용을 억제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경찰은 민생치안과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을 돕는 원래의 일로 돌아갈 수 있으며, 성산업은 시민단체의 감시와 평가 속에 성노동자들의 권리를 향상시키며 민주적 자율관리제도의 정착을 진행해나갈 수 있다. 성노동자들을 반대하는 일에 열정을 쏟을 것이 아니라, 바로 그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일에 열정을 쏟는 것이 여성주의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더욱 확보하는 일이 될 것이다.

 

 

2006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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