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6일 일요일

2020. 2. 15. 오스모 반스카 & 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2번

  • 지금부터 쓰는 내용은 악보를 보면서 연주를 복기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엉성한 기억에 의존해서 쓰는 것이므로 헛소리가 섞였을 수 있음.

  • 1바와 2바를 좌우로 갈라놓는 유럽식 현악기 배치를 말러 교향곡에 쓴 걸 보고 깜놀.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1바 뒤, 비올라가 2바 뒤. 하프가 맨 오른쪽. 이래서 앙상블 제대로 될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훌륭해서 놀람.

  • 가장 멋졌던 곳은 “Mit Flügeln” 이후부터 끝까지. 어지간해서는 멋있지 않기 힘든 곳이고 이날 연주도 역시 멋졌음. “zu Gott” 세 번 반복할 때 합창이 주도하는 크레셴도가 특히 멋졌고, 멋짐의 끝판왕은 파이프오르간.

  • 합창 처음 나올 때는 국내 합창단이 흔히 그러듯 메조피아노 정도로 시작한 게 아니라, 정말로 악보에 나온 피아니시모를 제대로 살림. 와, 하면 되잖아! 된다고!!

  • 5악장 중간에 목관악기가 레치타티보스러운 음형을 연주할 때 바이올린 트레몰로가 기막히게 훌륭해서 귀 쫑긋. 그때부터 행진곡 나올 때까지가 이날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 레치타티보를 금관이 이어받고, 트롬본과 튜바가 진노의 날 음형을 연주하고, 감동적인 팡파르가 나오고, 에너지가 쌓여 폭발한 다음에 행진곡이 될 때까지가 이날 서울시향이 가장 빛났던 순간. 그 뒤로도 좋았지만, 솔직히 때때로 힘이 딸리는 듯한 느낌이 있었음.

  • 2~4악장은 대체로 안정적인 앙상블이 좋았음. 이를테면 2악장에서 첼로 주선율 나오는 곳이나, 같은 주제를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곳, 그 사이 피치카토 등이 훌륭.

  • 콘트라바순 소리가 특히 3악장 마지막에 겁내 멋있었음. 악기가 참 때깔도 곱던데, 재작년엔가 새로 샀다는 헤켈 콘트라바순이었을 듯. 우리 오케스트라 공연할 때 좀 빌려줬으면 하는 소망이 있어요 서울시향 님드라.

  • 솔리스트 언냐들 노래 참 찰했는데 무대 인사하러 나온 걸 보니 예쁘기까지.

  • 1악장에서는 E♭장조 주제 두 번째로 나온 뒤부터 긴 호흡으로 만들어간 크레셴도가 특히 그럴싸했고, 코다에서도 마찬가지.

  • 앙상블이 흔들린 곳이 다른 악장보다 1악장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은 아쉬운 점. 최초로 폭발하는 투티는 에너지가 임계점을 넘어 터져 나오는 느낌이 아니라 어정쩡한 크레셴도 끝에 깜짝 놀래키듯 폭발한 점이 마음에 안 들었음. 악보를 봐야 알겠지만, 아마도 호른이 좀 더 힘을 내줬으면 좋았을 듯.

  •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곳은 1악장 발전부 끝부분의 리듬 처리. 무시무시하게 날카롭고 사납고 절박한 리듬을 대충 부점 리듬처럼 뭉개면서 아첼레란도로 양념을 치고 속도감에 묻어 가버림.

  • 오스모 반스카 님 단원들이랑 주먹 인사한 거 힙하셨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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