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22일 월요일

모차르트 클라리넷 퀸텟 A장조 K. 581 / 브람스 클라리넷 퀸텟 b단조 Op. 115

모차르트: 클라리넷 퀸텟 A장조 K. 581

“음악이 즐겁지 않으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레오폴트 모차르트)

모차르트 클라리넷 퀸텟은 1789년 작품으로, 작곡가의 삶이 경제적으로나 건강상으로나 개인사로나 본격적인 고난에 시달리던 시기에 작곡되었다. 그러나 모차르트 음악에서 밝은 표정 뒤에 슬픔이 숨어 있거나 때로는 그 슬픔이 제법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즐거움으로 가득하고 슬픔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 작품에는 또한 형식상의 파격이나 실험적인 음악 어법이 그다지 나타나지 않고, 때로는 파티용 유흥 음악인 세레나데 또는 디베르티멘토 느낌이 나기까지 한다. 소나타 형식으로 된 1악장에서도 그런 특징이 두드러지며 발전부마저도 가볍다. 발전부부터 1악장 끝까지를 한 차례 되풀이하는 점이 독특하다.

2악장은 클라리넷과 제1바이올린이 마치 깊은 밤 사랑의 대화를 나누는 듯한 짜임새로 되어 있다. 3악장은 미뉴엣과 두 가지 트리오가 론도처럼 엇갈리는 형식이다. 내용적으로는 a단조로 된 첫째 트리오를 A장조로 된 다른 부분이 감싸는 짜임새이며, 클라리넷과 제1바이올린이 춤을 추는 듯한 A장조와 제1바이올린이 홀로 탄식하는 듯한 a단조가 대비된다.

4악장에서는 ‘반짝반짝 작은 별’ 선율을 쏙 빼닮은 해맑고 즐거운 주제가 변주된다. 3번째 변주에서 조성이 a단조로 일탈하는 것을 제외하면 조성은 A장조를 거의 벗어나지 않고, 5번째 변주에서 템포가 갑자기 느려지는 것을 제외하면 템포는 해맑은 ’작은 별’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브람스: 클라리넷 퀸텟 b단조 Op. 115

브람스 클라리넷 퀸텟은 작곡가 만년의 걸작으로 1891년에 작곡되었다. 교향곡을 실내악 편성으로 줄여놓은 듯한 텍스처, 그리고 정교한 형식논리 속에 낭만주의적인 ’드라마투르기’가 녹아 있는 점 등이 브람스답다.

이 작품의 1악장은 장조와 단조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이것이 어떤 ’이야기’를 매개하는 듯한 짜임새가 흥미롭다. 이를테면 b단조로도 D장조로도 볼 수 있는 바이올린 선율이 1악장을 시작했다가 비올라와 첼로가 나타나 b단조를 분명히 한다. 짧은 도입부가 끝나고 클라리넷과 함께 시작되는 제1주제는 D장조이며, 다시 비올라와 첼로가 주선율을 이끌면서 b단조로 되돌아간다. 1악장 전체 조성은 b단조이지만, 마치 비극 속의 작은 희망처럼 제2주제의 조성인 D장조의 영향력이 1악장 시작부터 나타난 듯한 짜임새이다.

2악장은 세도막 형식으로,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는 듯한 아련한 선율이 특징이다. 악보에는 ‘돌체’(부드럽고 달콤하게)라는 나타냄말이 붙어 있다. 가운데 부분에서는 조성이 B장조에서 b단조로 바뀌고, 탄식하는 듯한 클라리넷의 독백이 나온다.

3악장은 간소화된 소나타 형식이며, 내용적으로는 도입부-스케르초-코다 구성에 가깝다. 도입부에서는 D장조로 된 민요풍 선율이 마치 제1주제인 것처럼 제법 길게 이어진다. 조성이 b단조로 바뀌고 템포가 빨라지는 중간 부분은 조성 구조 등의 형식논리상 제시부-발전부-재현부로 구분되지만, 청감상으로는 리듬과 텍스처의 일관성이 유지되며 한 덩어리처럼 느껴진다. 코다에서는 도입부 주제로 짧게 끝맺는다.

4악장은 변주곡 형식으로 되어 있다. 브람스는 변칙적인 리듬, 변칙적인 박절 구조의 대가이지만, 이 악장은 의외로 네 마디 박절 구조가 거의 바뀌지 않으며 그런 점에서 샤콘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조성 또한 몇 마디쯤 장조로 일탈했다가 돌아오거나 제4변주에서 B장조가 되는 것을 빼면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b단조로 유지된다. 코다에서는 1악장 주제로 돌아온다. 조성은 b단조 속에 G장조가 섞여 있다. G장조는 다름 아닌 1악장 재현부 제2주제의 조성으로, 이것은 마치 음악이 비극으로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작은 희망을 미련처럼 부여잡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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