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4일 수요일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연봉에 관하여

정명훈 지휘자가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받는 돈이 얼마라고, 내부인이 확인해 줬다고 누가 주장한 일이 있었죠. 그 글 쓴 사람한테 예전에 낚여 본 많은 분이 코웃음 쳤겠지만, 그 주장이 얼마나 황당한 소리인지 모르시는 분께 제가 한 가지 알려드릴게요.

저는 예전에 모 오케스트라 기획실에서 일하면서 알 만한 분은 아는 지휘자를 모신 일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지휘자 연봉이 얼마였는지 저는 아직도 모릅니다. 언젠가 제가 작성한 품의서에서 그 지휘자 위촉 계약서를 관련 근거로 할 일이 있었는데요, 그 계약서 좀 보려고 수소문해서(…) 찾아갔더니, 담당자가 대외비라면서 안 보여주고 필요한 조항만 알려주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구경 한 번 해본 일이 없는 계약서의 '몇 조 몇 항'에 의거한 이상한 품의서를 작성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어느 지휘자 연봉이 얼마라더라 하는 기사는 뭐냐고요? 그거, 세금 등 주변 정보를 바탕으로 언론사에서 '추정'한 겁니다.2015년 2월 25일 고침:

"미국의 경우 적어도 이른바 전국 수준의 주요 오케스트라의 경우 음악감독/상임지휘자와 악장의 보수는 (몇 년 있다가 공개되긴 합니다만) 추정치가 아니라 정확한 수치입니다. 비영리기구가 국세청에 제출하는 서류가 공개(지금은 아마 2011/12 시즌까지 돼 있을 겁니다)되고 그 중 일정액 이상의 보수를 받는 피고용인의 보수(주요 오케스트라 음악감독과 악장이 보통 그 기준을 넘죠)에 관한 난이 있기 때문입니다. 언론에서 쓰는 건 그걸 그냥 베껴 쓰는 겁니다. 자체적으로 추정하는 게 아닙니다. 이 점은 보수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유럽과 다르죠. 그리고 단원 기본급은 노조 연합체에서 집계를 하고, 노사 협상 타결이 되면 주요 오케스트라들은 대개 액수를 적시해서 발표를 합니다." ― 연합뉴스 임화섭 기자님 댓글 인용.

유럽은 또 다릅니다. 실제 액수는 계약에 관여한 사람 또는 관련 정보를 요구할 법적 권한이 있는 극소수가 아니면 몰라요. 지휘자뿐 아니라 제가 일했던 오케스트라 일반 단원 연봉을 누가 얼마 받았는지도 저는 모릅니다. 그걸 누설하는 행위는 해촉 사유가 된다고 경고를 받은 기억도 나는군요. 이게 원칙이겠죠? 그리고 프랑스에서 그런 원칙을 안 지켰다가는 아마도 패가망신하는 수가 있겠고요.

자, 그러면 생각해 봅시다. 정명훈 지휘자가 서울시향에서 받는 연봉이 얼마라더라 하는 정보는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아마도 그 정보를 요구할 법적 권한이 있는 사람한테서 나왔을 텐데요… 하기야, 국회의원이 군사 1급 기밀을 언론에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이상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니 일개 오케스트라 지휘자 연봉 정보야 뭐…

이 글 읽고 생각 나서 끄적여 봤습니다:

☞ [펌] ○○○씨, (글: 어쩌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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