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8일 수요일

이름을 일인칭으로 쓰기

블로그 방문자를 낚으려고 어떤 동호회에 글 링크를 올렸더니 이런 댓글이 달렸네요.

"음악 관련 일을 하시는 분들이 성함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을 즐기는 듯한 인상을 받은 적이 많습니다. 프랑스에서 디플로마 받아온 제 친구도 그렇구요.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처음에는 실명을 쓰는 까닭을 묻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자발적 인터넷 실명제'를 좋아해서 언제나 실명을 씁니다. 뒷감당하기 어려운 말을 '정의를 위해'-_- 익명으로 쓴 일이 없지는 않지만, 웬만하면 제 이름을 떳떳하게 드러내고 글 쓰려고 해요.

그러나 저는 '인터넷 실명제'는 반대합니다. 실명 쓰고 싶은 사람이 알아서 쓰면 되고 웹사이트 관리자가 판단하기에 실명제가 필요하다 싶으면 알아서 그렇게 하면 되지 법으로 강제한다면 그만큼 누리꾼 자유가 억눌리게 되겠지요. 이건 옳지 않아요.

그런데 더 생각해 보니 이게 아니라 이름을 일인칭으로 쓰는 글 버릇 때문에 한 말이 아닐까 싶더군요. 제가 때때로 이름을 일인칭으로 쓰는 까닭은 언제나 자신을 객관화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자기 객관화를 할 수 있다면 정신적으로 어른이 되었다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자기 객관화는 '역지사지'와도 이어지겠고요.

이럴 때 많은 사람이 '필자'라고 쓰는데, 저는 이 말이 딱딱해서 '글쓴이'라 쓰곤 합니다. 이 말마저 딱딱하다 싶을 때 이름을 일인칭으로 써요. '나는'과 '글쓴이는'과 '김원철은'이 모두 말맛이 달라서 글에 따라 알맞게 골라 쓰지요. 또 어쩌면 이름을 일인칭으로 쓰면서 마음 한구석에는 '나는 자기 객관화가 되는 사람'이라고 뽐내고 싶은 마음도 숨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런데 나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사람도 있더라고요. 부모님을 '누구누구 씨'라 부르며 가족관계마저도 객관화시켜버리는 이 사람.

부모를 이름으로 부르며 한 사람의 남성, 여성으로서 객관 거리를 유지하며 묘사할 수 있는 태도. 효 이데올로기와 사회가 만든 표준적인 관계의 규범으로부터 자유롭단 소리. 물론 이런 태도가 부모에 대한 애정의 정도와는 아무 관계가 없겠다..

- [딴지이너뷰] 시대의 한량-조영남을 만나다(1) 2004.7.19.
http://old.ddanzi.com/articles/article_view.asp?article_id=88&installment_id=64

저는 조영남씨 별로 안 좋아하지만 이런 모습은 닮고 싶어요. 그러나 아직 그렇게는 못하고 있습니다. 저 나이가 되면 할 수 있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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